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카페제이는 매년 12월이면 카페의 나눔 철학에 공감한 고객들이 기부한 쌀, 라면, 난방비 등이 전국 각지에서 들어온다. 카페는 이를 ‘산타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역사회로 흘려보낸다. 최근에는 카페 인근 지역 저소득층 노인 가정을 위해 에어컨 설치를 지원했는데 후원이 지속하며 그 혜택의 반경이 점점 넓혀지고 있다.
국민일보(김경호 사장)가 4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 컨벤션홀에서 연 2025 국민미션포럼에서는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복음을 자연스레 전하는 카페제이의 사역이 주목받았다.
푸른사랑의교회(김경옥 목사)가 2017년 문을 연 카페제이는 매출 일부를 지속해서 지역사회의 어렵고 소외된 이웃에 흘려보내 지역 내 ‘착한교회카페’로 자리매김했다. 수익금 활용 명세는 모두 카페 SNS에 투명하게 공개한다. 이 같은 돌봄의 공헌을 인정받은 결과, 2023년 강동구 모범 구민 표창을 받았다. 또 그해 초 우리금융그룹 등으로부터 ‘우리동네 선한가게’로 선정되기도 했다.
푸른사랑의교회의 부목사로서 카페를 운영하는 임세휘 목사는 이날 포럼 강연에서 “카페 이름은 지저스(Jesus), 저스티스(Justice), 조이(Joy)의 영문 앞글자에서 따왔다”며 “카페를 기쁨(Joy)이 되는 공간으로 만들고, 투명하고 정의롭게(Justice) 운영한다면, 예수님(Jesus)은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게 운영 철학이다”고 말했다.
카페제이가 판매하는 음료와 디저트는 가격이 싸지 않다. 음료 한 잔에 7000원이 평균이고, 디저트는 2만2500원짜리 메뉴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주변 상권을 배려한 전략이다. 단가를 낮춰 주변 카페 상권과 과도하게 경쟁하기보다는 높은 품질로 이웃에 최고의 대접을 하겠다는 교회만의 철학으로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겠다는 취지다. 또 카페가 어느 정도 자립한 후에는 주변 상권 사장들을 대상으로 무료컨설팅을 해주며 지속적인 유대 관계를 맺고 상생을 도모했다.
임 목사는 “교회카페가 단가를 낮추게 되면 주변 카페 상권이 힘들어진다”며 “단가를 낮춰서 사람들을 많이 모으고, 그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면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교회카페가 가장 하기 쉬운 실수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변 상권 사장님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데, 낮은 단가로 손님을 많이 끌어모은다 한들 그것을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라며 “교회카페는 가격으로 승부 보는 것이 아니라 철학과 실력으로 승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번은 12만원짜리 ‘와사비라떼’를 판매한다고 알렸다. 만우절 이벤트로 실제 판매하려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한 고객이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 카페인 걸 아니까 좋은 곳에 써 달라”며 이를 주문했다. 카페제이는 이 역시 지역 내 소외 계층에 흘려보냈다. 임 목사는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직접 모은 돼지저금통을 가져오는 아이까지 돌봄 사역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지원군이 점점 늘고 있다”며 “모두 지역사회와 신뢰 관계가 형성됐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불신자이지만 교회와 카페제이의 사역을 전적으로 후원하는 고객들도 많아졌고, 교회를 부정적으로 보던 이들의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고객도 많았다. 임 목사는 “최근 한 가정이 교회에 등록했는데, 카페 사역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교회를 신뢰할 수 있게 됐고 교회에 등록하고 싶어졌다고 고백하더라”며 “또 다른 한 가정도 교회에 관심을 보이기에 살고 계신 지역의 교회를 추천해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웃을 향해 예수님이 살아가신 삶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실천하려 발버둥 쳤을 뿐인데 착한카페, 진짜 교회카페 같은 별명을 얻게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임 목사는 이 같은 성과가 가능했던 이유로 교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꼽았다. 임 목사는 “김경옥 담임목사님의 선교적교회, 사회적교회론과 더불어 교우들의 응원과 자발적인 헌신 덕분이었다”며 “당회에서 전적인 권한을 주심과 더불어,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복음은 교회 안에만 갇혀있는, 교인들끼리만 누리고 기뻐하는 것이 아니다”며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연결해, 하나님께는 영광이 되고 이웃에게는 기쁨이 되는 총체적인 복음이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포럼은 ‘돌봄, 세상과 교회를 잇다’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초고령화와 저출생으로 돌봄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이를 감당할 공동체는 줄어드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짚고, 한국교회가 추구해야 할 돌봄의 가치와 필요한 사역의 방향이 제시됐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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