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와 단절된 채 교회 안에만 머무는 신앙은 더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습니다.”
한국일 장로회신학대 은퇴교수는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열린 ‘국민미션포럼 2025’ 기조 강연에서 한국교회가 지역사회와 동행해야 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그 열쇠를 ‘돌봄’에서 찾았다.
한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교회로 들어와야만 구원이 있다’는 방주적 교회론, 세상은 속되고 교회만 거룩하다는 성속 분리 사고, 건물을 중심에 둔 신앙, 프로그램에 매달리는 목회에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틀 속에서 교회는 지역과 멀어졌고 교인들의 신앙도 교회 안에 머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교회 문턱을 넘는 돌봄’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돌봄은 교회의 본질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 교수는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는 사명을 맡았다”며 “교회는 곧 이 땅에서 예수의 행적을 실천하는 예수의 몸”이라고 강조했다. 예수가 교제(코이노니아) 섬김(디아코니아) 선포(케리그마)를 고루 실천하셨듯 교회 역시 편협한 교회론을 넘어 균형 잡힌 사역을 감당해야 한다는 게 한 교수의 주장이다.
돌봄에 대한 교회의 관심도 적지는 않다. 한 교수는 국민일보와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 3월 시행한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당시 조사에서는 성도와 목회자 모두 예배·교육 다음으로 이웃·지역사회 돌봄과 소통을 위기 극복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교회가 지역사회에 가장 필요하다고 답한 항목은 유대감·친밀감 형성이었고 목회자의 95%는 향후 돌봄 사역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한 교수는 돌봄에 어려움을 느끼는 교회들을 위해 성경 속 오병이어 이야기를 해답으로 제시했다. 제자들은 굶주린 무리를 앞에 두고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사람들을 돌려보내자”는 분리형도 있었고, “먹이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현실주의형도 있었다. 그러나 예수는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명하며 다른 길을 보여주셨다. 한국일 교수는 이를 ‘전인적 돌봄형’이라고 불렀다. 그는 “떡이 몇 개 있느냐, 가서 보라”는 말씀을 인용하며 “거창한 준비가 아니라 지금 가진 것에서 시작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은 시작을 하나님은 상상 못 할 일로 키우신다”고 덧붙였다.
교회가 가진 돌봄 자원도 조명됐다. 한 교수는 “예배와 기도를 통한 정서적 위안, 교인들의 전문성을 살린 지역 참여, 자원봉사와 긴급 지원, 교회 공간을 플랫폼으로 활용한 프로그램 운영 등은 지역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회적 자본”이라고 했다.
강연의 결론은 목회자에게로 향했다. ‘3P 이론’을 들어 설명한 한 교수는 “철학(Philosophy)과 원리(Principle)가 먼저 바뀔 때 프로그램(Program)은 따라온다”며 “목사가 변해야 교회가 변한다. 단순히 교회 안만 돌보는 목사가 아니라 지역사회를 품는 목회자가 될 때 교회도 지역에서 설 자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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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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