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종합보증보험사인 SGI서울보증을 겨냥한 해킹 공격이 단순히 시스템 마비를 불러온 것을 넘어 대규모 정보 유출로 이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킹 조직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히며 13.2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내부 데이터를 탈취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버를 통째로 가져간 것과 다름없다며 민감한 개인정보와 금융정보 유출 가능성을 경고했다.
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보안 기업 핵마낙(Hackmanac)은 엑스(X·옛 트위터) 게시물을 통해 “SGI서울보증을 해킹한 조직 ‘건라’가 압축된 13.2TB의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마낙은 건라가 운영하는 다크웹에 이 같은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고, 건라가 공격 사실과 데이터 보유량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건라는 최근 SGI서울보증 해킹 공격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랜섬웨어 이름이기도 하다.
앞서 SGI서울보증은 지난달 14일 랜섬웨어 공격을 받고 업무 시스템이 마비돼 보험증권 발급 및 검증 등 핵심 서비스를 중단했다가 사흘 만에 전산시스템을 복구했다. 당시 해커들은 회사 외부에서 내부망에 원격으로 접속하는 데 필수적인 가상사설망(VPN)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이들은 내부망에 접속할 때까지 계속해서 ID와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입력하는 방식을 사용했지만, SGI서울보증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접속 시도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으로 SGI서울보증은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 보호 관리체계 인증(ISMS·ISMS-P)을 받지 않은 점을 지적받았다. 해당 인증은 기업 혹은 기관이 정보보호·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체계를 갖추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이 확인해 인증서를 발급해 주는 제도다. 금융기관인 서울보증은 ISMS 인증 등의 의무 대상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보안에 민감한 기업들은 이 인증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해킹 조직이 탈취한 데이터의 양이 방대해 국민 대다수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것으로 추측했다. 박춘식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일반 컴퓨터에 들어있는 하드디스크 저장 용량이 기가바이트(GB)인데 테라바이트(TB)라고 하면 서버가 통째로 다 유출됐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다크웹에 본인들의 해킹 사실을 공개했다는 것 자체가 이제 협박을 시작하겠다는 신호”라면서 “다만 해커들이 돈을 받고도 그 정보를 다른 기관에 다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추가 피해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14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