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은 국내 암 발생률 1위지만, ‘착한 암’이라는 인식 탓에 위중하게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예후가 좋고 진행 속도가 느려 ‘거북이암’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갑상선암이 그런 것은 아니다. 환자마다 암의 위치와 특성이 다르며, 치료시기를 놓치면 생존율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명지병원 갑상선센터 김정수 교수(외과)는 “갑상선암이 비교적 천천히 자라는 경우가 많다고 해도, 결국 암인 만큼 결코 가볍게 봐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갑상선암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와 진실, 그리고 치료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갑상선암은 무조건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일부 저위험군 환자에게는 ‘능동적 감시(active surveillance)’ 전략이 적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암의 크기가 작고, 성대신경이나 기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며, 림프절 전이가 의심되지 않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젊은 연령층이거나 전이 가능성이 높은 위치에 암이 있을 경우에는 수술이 권장된다. 암을 방치했다가 급속히 진행되거나 전이되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에, ‘지켜본다’는 결정조차 전문의의 면밀한 판단과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전제로 해야 한다.”
-갑상선암은 주로 어떤 사람에게 많이 발생하나
“30~50대 여성에게 특히 많이 나타나며, 남성보다 4~5배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 가족력이 있거나 과거 방사선에 노출된 이력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건강검진에서 시행되는 초음파를 통해 조기 발견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진단 건수 역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증상이 거의 없다면 어떻게 발견할 수 있나
“대부분 자각 증상이 없으며, 목에 혹이 만져져 병원을 찾거나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진행되면 성대신경 침범으로 목소리 변화가 나타나고, 식도나 기도가 압박돼 삼킴 곤란이나 호흡 곤란이 동반될 수 있다. 이때는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갑상선암도 다른 부위로 전이될 수 있나
“대부분 목 주변 림프절로 전이되며, 드물게는 폐나 뼈로 전이되기도 한다. 방사성요오드 치료에 잘 반응하는 경우가 많아 예후는 비교적 좋은 편이지만, 전이가 발생하면 전신 질환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 전략도 달라진다. 결국 조기 발견과 치료가 핵심이다.”
-수술 외에도 치료법이 있나
“갑상선암 치료의 기본은 수술이다. 암의 위치와 크기, 침범 범위에 따라 갑상선을 전부 절제하거나 절반만 절제하는 방식으로 나뉘고, 이후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전절제술 후에는 갑상선 호르몬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지만 하루 한 번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반절제의 경우 갑상선 기능이 유지된다면 약 복용이 필요 없는 경우도 있다.”
-수술 후 흉터나 목소리 변화가 걱정되는데
“기존에는 목 앞쪽에 절개를 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로봇수술을 통해 외부 흉터 없이 수술하는 방법이 도입되고 있다. 로봇수술은 후이개접근법(RAHI), 겨드랑이(TA), 겨드랑이와 유륜(BABA), 경구강(TORT) 방식으로 나뉘며 특히 입안을 통해 접근하는 ‘경구로봇수술’은 흉터 없이 수술이 가능해 만족도가 높다. 고화질 3D 영상을 통해 성대신경이나 부갑상선과 같은 주요 구조물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어 합병증 위험도 줄일 수 있다.”
-로봇수술은 누구나 가능한가
“암이 너무 크거나 주변 조직으로 광범위하게 퍼진 경우가 아닌, 암 크기가 2cm 이하에 림프절 전이가 없거나 적은 경우 로봇수술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환자 상태나 연령, 성별, 흉터의 민감도 등을 고려해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한 후 결정해야 한다.”
-수술 후 회복을 위해 주의할 점이 있다면
“수술 초기에는 무리한 활동이나 무거운 물건 들기를 피하는 것이 좋다. 일시적으로 부갑상선 기능이 저하돼 손발 저림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 경우 칼슘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호전된다. 성대신경 자극으로 인한 목소리 변화는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회복된다. 수술 부위 유착을 방지하기 위해 가벼운 목 스트레칭이 도움이 되고, 필요한 경우 음성 재활 프로그램을 병행하면 회복에 긍정적이다.”
-갑상선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나 피해야 할 음식이 있나
“갑상선암은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일반적인 식단에서의 미역, 김 등 요오드 섭취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앞둔 경우에는 요오드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이며, 가족력이나 방사선 노출 이력이 있다면 정기적인 초음파 검진이 권장된다.”
-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는 인식 때문에 치료를 미루거나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결국 암은 암이다.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고, 환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정확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흉터 없는 수술, 빠른 회복, 삶의 질을 고려한 맞춤 치료가 가능한 시대다.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면 두려움보다는 정확한 정보와 의료진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고양=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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