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관세 폭탄’을 던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림수대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옮기고 있다. 부품사에게까지 미국 내 생산을 요구하거나 현지 업체로 공급망을 교체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7일 로이터에 따르면 토요타는 브랜드 핵심 모델인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라브4를 미국에서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엔 미국에서 판매하는 라브4를 일본과 캐나다에서 생산한 뒤 수출했었다. 엔진과 파워트레인 생산 설비도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강화하는 중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미시간·캔자스·테네시주에 있는 공장에 향후 2년간 40억 달러(약 5조5380억원)를 투자하고 멕시코에서 생산하던 차량 일부를 미국에서 조립할 계획이다. 스텔란티스는 일리노이주 조립공장을 재가동하고 디트로이트·토레도·코코모 지역 공장을 현대화하기 위해 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다. 포드는 미시간·테네시·켄터키주 등에 100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가 기존에 거래하던 부품사의 설비 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포드는 지난 5월 핵심 부품사에 미국 내 공장 설립을 제안하고 향후 2~3년 안에 가동하면 공급 물량을 확대한다는 조건부 발주를 체결했다. 스텔란티스는 지난 4월 부품사를 대상으로 약 2500만 달러의 이전 비용을 집행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핵심 부품사는 제조사의 현지화 요구에 발맞춰 미국에 신규 공장을 짓거나 저가 공장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미국 정부의 고율 관세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생산 차량 부품의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태스크포스(TF)를 꾸려 200개가 넘는 부품의 최적화한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현지 부품 조달률은 48.6% 수준이다. 토요타(53.7%), 테슬라(68.9%), 혼다(62.3%) 등 경쟁사에 비해 낮다. 지난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한 자동차 부품 규모는 역대 최고치인 82억2000만 달러였다. 업계에선 이 가운데 최소 60% 이상 현대차·기아에 납품한 것으로 추산한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현지 부품사로 공급망을 바꿀 경우 국내 부품사는 막대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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