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미국 자동차 관세 여파로 올해 2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뒷걸음질쳤다.
기아는 25일 올해 2분기 매출 29조3496억원, 영업이익 2조7648억원, 당기순이익 2조268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6.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4.1%, 23.3% 감소했다.
기아는 전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최대 매출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감소세를 나타냈다. 현대차는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48조2867억원, 영업이익 3조601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8% 줄었다. 현대차는 미국 관세 영향으로 줄어든 영업이익이 8282억원이라고 밝혔으며, 두 회사의 관세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분을 합치면 1조6142억원에 달한다.
한국 대표 자동차 제조사 두 곳의 수익성 하락은 지난 4월부터 부과된 미국의 25% 자동차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해석된다. 기아의 영업이익 감소폭이 현대차보다 큰 것은, 비교 시점인 지난해 2분기 기아가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기저효과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분기 수익성 하락으로 기아의 영업이익률은 9.4%를 기록했다. 이로써 11개 분기 연속 이어져온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기록이 깨졌다. 기아 관계자는 “미국 관세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하이브리드 수요 증가와 신차 출시 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 판매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관세 발효로 손익에 일정 부분 영향을 받았지만, 주요 시장의 판매 증가, 고부가가치 차량 중심의 평균판매가격(ASP) 상승, 우호적인 환율 환경에 힘입어 견조한 수익성 펀더멘털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아는 이번 분기 기준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2분기 도매 기준 글로벌 판매는 81만4888대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국내 판매는 14만2535대(3.2%↑), 해외는 67만2353대(2.3%↑)였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K3 단종에도 불구하고, 올 2분기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한 소형 픽업 트럭 ‘타스만’과 전기차 ‘EV4’ 등 신차 효과에 힘입어 판매가 증가했다. 해외는 EV3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서유럽에서는 모델 노후화 영향으로 판매가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출시한 카니발 하이브리드와 K4 덕분에 미국에서는 4.1%의 성장세를 이어갔고, 인도에서는 연초 출시한 시로스 효과로 9.5% 성장하며 전반적인 해외 판매는 증가세를 유지했다.
2분기 기아의 친환경차(소매 기준) 판매는 전년 대비 14.0% 증가한 18만5000대를 기록했다. 전체 판매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0%포인트(p) 증가한 23.4%였다. 유형별로는 하이브리드차가 11만1000대(23.9%↑), 전기차가 5만9000대(8.3%↑),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1만6000대(16.8%↓) 판매됐다.
주요 시장별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국내 46.5%, 서유럽 42.9%, 미국 16.9%였다. 기아는 하반기에도 관세 등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침체, 소비 심리 위축 등 어려운 경영 여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응해 기아는 국내 시장에서는 스포티지, 쏘렌토, 카니발 등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 확대에 나서고, 하반기에는 EV5, PV5 등 신차를 출시해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관세에 대응해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을 우선적으로 미국 내에 공급하는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전무)은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관세 정책 관련해서 기아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에 대해선 전적으로 미국 내에 공급하는 전략으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원래 연초에 수립한 계획에는 미국 생산 물량을 캐나다, 멕시코, 일부 아·중동 등 다른 국가로 수출하는 물량도 있었는데 미국에서 생산하는 물량에 대해선 미국 내에 우선 공급하는 원칙을 세워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한국에서 미국에 공급하는 물량은 일정 부분 조정하되 해당 물량을 캐나다나 기타 지역으로 돌려서 관세 영향을 자체적으로 줄일 수 있는 노력을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유럽에서는 3분기 EV4를 출시해 전기차 풀라인업을 완성하고 전동화 선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인도에서는 이달 현지 전략형 전기차인 ‘카렌스 클라비스 EV’를 출시하고, 딜러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연간 30만대 판매 체제를 공고히 할 방침이다.
기아 관계자는 “EV2, EV3, EV4, EV5 등 대중화 전기차 풀라인업을 완성하고, 텔루라이드, 셀토스 등에 신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추가해 지속적인 성장 전략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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