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동진 현대자동차 로보틱스랩장(상무)은 17일 “로보틱스 (산업이) 가야 할 방향은 ‘비싸지만 좋은 기술’이 아니라 ‘쓸만한 기술에 살만한 가격’”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대량생산과 상용화를 가능케 하는 통합적인 사업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현 상무는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8회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경영자 제주하계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사람을 위한 공간과 인터렉티브 기술, 로보틱스’를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서 “로보틱스랩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서비스 솔루션을 만드는 조직”이라며 “이를 통해 삶의 다양한 공간 속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혼다의 아시모(Asimo), 소프트뱅크의 페퍼(Pepper) 등 앞서 개발된 로봇이 상용화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대량생산 실패와 지속가능성 결여를 꼽았다. 현 상무는 “쓸만한 기술은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품질 관리, 유지보수, AS까지 고민해야 한다”며 “쓸만한 기술의 대표적인 예가 현대차 로보틱스랩 개발품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라고 소개했다.
엑스블 숄더는 반복적으로 위를 봐야 하는 작업 환경에서 근로자의 어깨 근력을 보조하는 착용 로봇으로, 지난달부터 현대차 공장에 공급되고 있다. 내년에는 해외 판매를 시작한다. 현 상무는 “해외로 판매될 로보틱스랩의 첫 작품이고, 이것은 앞으로 계속 제품의 소프트웨어와 관련 서비스가 나온다는 의미”라고 했다.
살만한 가격과 관련해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옵티머스 로봇을 거론하며 강조한 ‘공용화’ ‘모듈화’ ‘가치증대’라는 3가지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기본적인 개념이지만 실상 굉장히 어려운 개념이기도 하다”며 “기술의 집합을 만들고 공용화와 모듈화를 통해 사업화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보틱스랩은 올해 말 두 번째 양산 제품인 모베드(MobED)도 출시할 예정이다. 모베드는 납작한 직육면체 모양의 몸체에 기능성 바퀴 4개가 달린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또한 사물에 장착해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플러그 앤 드라이브(PnD) 모듈도 차기 양산 모델로 준비하고 있다.
현 상무는 성공적 신사업을 위해 로봇 공급망에 더해 서비스 네트워크가 더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급망과 판매 서비스망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사회적 파급효과가 커지고, 아파트 병원 학교 등 다양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회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 관련 기술 수준은 상당히 고도화되어 있으며 다양한 기술을 한 데 묶어 특정 공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 솔루션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더 나은 삶, 안전하고 더 편안하고 생산적인 삶을 기술을 통해 만들어가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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