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서부 고비사막 일대에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하면서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대량 수입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이처럼 막대한 물량을 실제로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중국이 고비사막을 포함한 전역에 지어질 데이터센터 약 30곳에 엔비디아의 AI 칩 11만5000개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의 투자 승인서와 입찰 서류, 기업 공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신장위구르자치구 고비사막 외곽 도시 이우현에서는 이미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이 진행 중이다. 데이터센터들은 완공 뒤 딥시크 등 중국의 대형언어모델(LLM) 훈련에 활용될 전망이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처럼 방대한 물량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다. 블룸버그는 “중국 기업들이 제출한 문서에는 구체적인 반도체 확보 방안이 명시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원하는 엔비디아의 반도체는 H100과 H200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밀수한다고 가정하더라도 11만5000개를 확보하려면 수조원이 필요하다. 미국의 수출 제한 조치로 정식 유통은 불가능해 대체 수입 경로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미국은 엔비디아 칩의 대중국 수출 우회 통로로 지목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11개국을 상대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 조사관과 중국 내 암시장 관계자 등 10여명을 인터뷰했지만, 밀수 가능성에 대해 명확한 단서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측은 중국으로 반도체 물량이 흘러 들어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는 규모가 크고 복잡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밀수가 어렵다”면서 “수출 제재는 단순히 해당 모델 제품에 대한 수출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 지원이나 수리도 제공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엔비디아는 오는 9월 중국 시장 전용 AI 칩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앞두고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다음 주 베이징을 방문해 리창 총리와의 면담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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