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소비자 피해 8월에 가장 많다는데… 어떻게 줄일까

# A씨는 지난해 11월 제주의 한 호스텔을 예약하고 대금 지급을 완료했다. 그런데 숙박 예정일인 여행 당일 폭설로 항공편이 결항됐다. A씨는 제주로 이동이 불가능해지자 호스텔에 예약 취소와 환불을 요구했지만 업체 측은 당일 취소는 환불이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 지난 4월 28일 제주행 항공편을 예약한 B씨는 자전거를 포장해 위탁수하물로 맡겼다. 제주공항에 도착해 자전거를 확인하자 자전거의 크랭크셋과 외부 체인이 파손된 것으로 알게 됐다. B씨는 항공사에 자전거 수리비 배상을 요구했으나 항공사는 거부했다. A씨와 B씨는 각각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했다.

10일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3년간 제주여행에서 발생한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건수를 발표하고, 올여름 휴가철 제주여행 계획을 세운 소비자들에게 항공·숙박·렌터카 피해를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2022~2024년 접수된 제주여행 관련 피해구제 사건은 항공 739건, 숙박 420건, 렌터카 364건이었다. 유형을 보면 계약이 불발됐을 때 위약금을 과도하게 물리거나, 환불을 해주지 않는 등 금전 관련 사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항공의 경우 ‘항공권 취소 위약금’ 피해가 53.7%(397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운항 지연, 불이행’ 19.8%(146건), ‘수하물 파손, 분실’ 6.8%(50건) 순이었다.

숙박은 ‘예약 취소 위약금’ 피해가 71.7%(301건)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시설 불만족’ 피해는 11.7%(49건), 위생 불량은 3.3%(14건)였다.

렌터카 관련 피해에서는 ‘취소 위약금’ 문제가 38.2%(139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고 처리 분쟁’ 32.2%(117건), ‘차량 불량, 관리 소홀’이 10.7%(39건)로 나타났다.

항공과 렌터카는 2024년 기준 전년 대비 각각 47.3%, 41.3%나 피해구제 신청 건수가 증가했다


항공권 취소에 따른 위약금 피해가 많은 이유는, 전자상거래로 구매한 항공권이 전자상거래법상 청약철회 대상임에도 일부 항공사와 여행사가 이를 인정하지 않아 소비자가 부당한 위약금을 부담하거나 환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환불 불가 조건의 특가 항공권과 기한이 임박한 항공권은 환불 또는 청약철회가 제한될 수도 있는데, 소비자들이 이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해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온라인 여행사는 예약 취소 시 항공사 위약금 외에 별도로 여행사 위약금을 부과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여행사의 별도 위약금 부과 자체를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소비자들은 항공권 구매 전 취소 위약금 규정을 확인해야 한다.

항공사의 운항지연이나 결항으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기상 악화 등 관련법에서 정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따라서 지연 등이 발생했을 때 항공사에 지연사유 확인을 요청해야 한다. 수하물 파손 예방을 위해 골프채 등 파손되기 쉬운 수하물은 전용케이스에 포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숙박 관련 분쟁은 사업자가 성수기 등의 명목으로 위약금을 과다하게 책정하거나, 일부 온라인 여행사(OTA)가 사전에 환불 불가 약관을 고지했다는 이유로 구매 취소시 환불을 거부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제주도는 지역 특성상 강풍 등 기상 사정으로 항공기가 결항되는 경우가 잦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기후변화 및 천재지변으로 숙박업소 이용이 불가해 숙박 당일 계약을 취소한 경우 계약금을 환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시로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각 숙박시설이 자체 약관에 이 같은 내용을 준용하지 않더라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숙박시설을 선택할 때 관련 규정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숙박시설 약관에 결항 시 계약금을 환불해 준다는 규정이 없더라도, 민사 소송 과정에서 법원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참작해 판결하는 경우도 있다.


렌터카 위약금과 관련한 분쟁은 이용일 직전에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 환급을 거부해 발생하는 사례가 많았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나 ‘자동차대여 표준약관’은 사용개시일시로부터 24시간 전 취소 시 예약금 전액을 환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고 처리 분쟁의 경우 렌터카 사고 발생 시 사업자가 수리비, 휴차료 등을 과다 청구하거나 보험 처리를 거부하는 사례가 많았다. 정비명세서 등을 제공하지 않고 비용을 청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렌터카 대여 시 차량에 의무가입된 대인·대물·자손 보험과 별도로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차량손해 면책 서비스에 가입하는 경우가 있다. 일부 자차보험은 ‘슈퍼자차’ ‘완전자차’ 등의 상품명을 사용하고 있어 모든 손해를 보상해주는 것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면책한도가 낮아 초과수리비를 내거나 면책 적용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차량 손해 면책 서비스에 가입하기 전 면책금 부담 여부, 면책 한도, 면책 제외 범위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아울러 자동차 보험사가 운영하는 ‘렌터카 손해 특약’이나 ‘원데이 자동차 보험’과 비교해 유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번 집계에서는 총 1523건의 피해구제 신청 사건이 8월(15.3%)·9월(10.4%)·10월(8.9%)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계약 체결시 예약 취소 위약금을 반드시 확인하고, 기상이변시 환불 계약 조건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렌터카의 경우 인수·반납 전 차량 내·외관, 주유량을 촬영해 사진을 보관하고, 사고 발생 시 즉시 렌터카 업체에 알리며, 수리비·휴차료 정산 시에는 정산 내역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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