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민간인 비선’ 역할을 맡은 혐의로 구속돼있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추가 구속영장이 7일 발부됐다. 심문기일에서 내란 특검 측은 노 전 사령관이 군 요원 정보 취득과 알선수재라는 중범죄를 저질렀음에도 혐의를 부인하고 허위 진술 교사를 시도했다며 구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서 “평생 군대 생활만 해 개인정보보호법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현복)는 노 전 사령관의 추가 구속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문기일을 이날 오후 2시에 진행하고 “도주의 우려, 증거인멸 염려가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은 지난달 27일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이후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제2수사단’ 구성을 목적으로 특수공작부대(HID)와 정보사 소속 요원 정보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으로부터 넘겨받았다며 추가 기소했다. 재판부는 지난 3일 이 사건과 노 전 사령관을 알선수재 혐의로 추가기소한 사건을 병합했다.
장우성 특검보는 이날 심문에서 “(노 전 사령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군사법원에서 징역 20년이 선고된 정보사령부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건과 죄질이 유사하다”며 혐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이어 “노 전 사령관이 중요 증인 두 명(김봉규 대령, 구삼회 준장)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했다”며 “석방 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은 이날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근거도 밝혔다. 장 특검보는 “(뇌물을 준 김 대령과 구 준장이) 금품 전달 사실을 일관되게 인정하고 있으며 김 대령이 지급한 백화점 상품권 일부를 노 전 사령관의 동거녀와 그 자녀가 사용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공소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노 전 사령관이 명단 정보를 전달받기 이전인 지난 10월 9일 김봉규·정성욱 대령에게 부정 선거 관련 책자를 요약하게 하는 등 “명단을 받을 당시 부정한 목적이 있었음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또 노 전 사령관이 요원 정보를 넘겨받은 것은 사실이나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지시한 탈북 징후 관련 지시인 줄 알았으며 누설된 정보인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공소장에 적시된 총 2600만원 어치의 뇌물 수수 혐의 역시 부인했다. 재판부로부터 의견 진술 기회를 얻은 노 전 사령관은 “개인정보보호법이 군 생활 중 어떤 법인지 알지 못했으며 김 전 장관의 지시로 (요원 정보를) 갖다 줬을 뿐”이라며 “이런 결과를 초래할 줄 알았으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특검 측은 민간인 신분인데도 군 인사에 개입하고 계엄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혐의를 받는 노 전 사령관 신병 확보가 중요하다고 본다. 또 이른바 ‘노상원 수첩’에는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 공격 유도’ ‘북한 오물풍선 타격’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특검 측은 전날 서울중앙지법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도 외환 혐의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며 제외했다.
다만 이날 특검 측은 구속영장 발부 요청이 외환 유치 수사와 관련한 신병 확보 목적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심문을 마치고 “오늘 중으로 구속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구속 결정을 내릴 시 오는 9일 구속 만료를 앞두고 있던 노 전 사령관은 계속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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