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의 연내 부산 이전 계획을 두고 충청권에서 반대 기류가 심화되는 가운데 최민호 세종시장이 우려 사항이 담긴 공개 서한문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최 시장은 7일 세종시청 정음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운영의 효율성 확보와 진정한 균형발전을 위해 해수부의 부산 이전 방침을 제고해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며 대통령실의 공식적인 답변을 요청했다. 서한문은 이승원 시 경제부시장이 기자회견에 앞서 대통령실 비서실에 전달했다.
최 시장은 북극항로 개설, ‘해양강국 대한민국 실현이’라는 이 대통령의 비전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 4일 대전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해수부 이전에 대한 제 의견을 말씀드릴 생각이었지만, 충청권 4개 시·도지사는 누구도 초청받지 못해 말씀드릴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대통령의 답변을 듣기 위해 이 서한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서한문에는 해수부 이전에 따른 국정 비효율 및 행정력 낭비 우려, 해수부 이전 공약은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공약과의 정면 배치된다는 점, 해수부 이전으로 촉발될 지역 간 형평성 문제, 해수부 직원들에게 닥칠 혼란 등에 대한 질의가 담겼다.
최 시장은 북극항로 개설과 해양강국 실현이라는 목표 달성에 해수부의 부산 이전이 크게 효과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국정 비효율과 낭비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북극항로 개설은 부처 간 긴밀한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기에 해수부를 세종에 그대로 두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해수부의 부산 이전이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국정과제와 배치되지 않는 정책적 정합성은 갖췄는지, 절차 상의 합당성은 구비했는지, 정책 내용 간 상호 모순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제고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무엇보다 해수부가 부산으로 이전한 뒤 충청권에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손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시장은 “세종의 상가공실률은 전국 최고수준이다. 중대형 상가 4곳 중 1곳은 비어있을 정도”라며 “해수부 부산 이전을 선례로 각 지역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앙부처를 이전해 달라는 요구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실제로 전남도는 기후에너지부 유치를, 경남도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이전을 언급하고 있다”며 “경제가 어려운 정도에 따라 중앙부처를 이전시키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해수부 이전 시기를 연내로 못박아 준비시간이 촉박한 점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계획도 없이 갑작스럽게 이사를 준비해야 하는 해수부 직원·가족의 동요가 준비 부족으로 이어져 사기 저하, 업무 공백 등이 발생하면 해양강국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 시장은 “국가 발전과 행정수도 완성에 향한 충청인들의 헌신이 지역주의에 근거한 이기심으로 매도될 수 있다. ‘충청은 이미 혜택을 많이 봤다’는 대통령의 말씀을 거두어 주시길 요청드린다”며 “대통령 공약은 중요하지만 국민주권정부의 정책은 국민의 이해와 공감 속에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정책은 일관성 있고 정확성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정책의 정합성이며 행정의 철칙”이라며 “행정수도 완성과 정면 배치되는 해수부의 단독 이전이 어떤 정합성을 갖는지 충분한 설득과 공감을 위해서라도 대통령님의 응답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세종=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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