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막판 무역 협상을 위해 워싱턴DC를 급거 방문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5일(현지시간) 상호관세 유예 시한 종료를 앞두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무역 협상을 하겠다고 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미국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서도 협상 상황이 급진전하고 있어 통상과 안보 분야에서 ‘올코트 프레싱’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여 본부장은 이날 워싱턴DC 유니언역에서 취재진을 만나 “마지막 협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실용주의적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8일을 상호관세 유예 시한으로 설정한 바 있다.
여 본부장은 이어 “(미국이) 상호관세는 어느 정도 모든 국가와 협상 여지를 좀 주는 것 같다”면서도 “특히 품목별 관세는 미국의 산업 보호 측면에서 굉장히 미국에서도 중시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품목별 관세, 특히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완화에 주력하고 있다. 여 본부장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품목별 관세에 있어 어떤 합리적인 수준의 예외라든가 아니면 대폭 인하라든가 이런 부분이 중요하다”며 “이런 부분이 우리 한국에는 굉장히 중요하다는 강조를 여러 번 했고 오늘도 또 할 예정”이라고 했다.
여 본부장은 상호관세 발효 시점을 8월 1일로 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관련해 “일단 7월 8일 상호관세 유예 만료 이후 한국을 포함한 각국에 대한 새 상호관세율이 나오더라도 조금의 유예 기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12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적시한 서한에 서명했고, 관세 부과 시점은 다음달 1일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여 본부장은 특히 한국이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에 투자하거나 미국 기업과 협력하는 방안이 협상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현 상황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우리가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을 말하는데, 지금 우리나라 기업들이 대미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상호 협력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자동차 등을 거론하며 “사실 미국이 제조업을 재건하는 데 있어서 큰 협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 한국이 독보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8일 이전에 한미 간 무역 합의를 도출하긴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큰 틀의 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상황이 급박하다는 판단이 든다”며 “지금 사실 많은 것이 불확실하고 가변적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6일 위성락 안보실장이 방미하는 것에 대해선 “상황이 계속 급진전되기 때문에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통상과 안보 쪽에서 힘을 합할 부분은 합하고 각자 역할 분담할 부분은 분담해 ‘올코트 프레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미국과 합의를 타결한 영국과 베트남 사례와 관련한 질문에는 “우리가 비교 대상으로 삼기는 어려운 국가”라며 “베트남은 우리와 경제 발전 단계가 다르고, 영국의 경우 미국에 자동차를 연간 10만 대가량 수출하는데 우리나라는 100만~140만 대 수출한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관세 협상을 벌였다. 여 본부장은 귀국 항공편을 정하지 않고 최대한 미국 측과 협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