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를 둘러싸고 ‘권력이상설’이 나오는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적이었던 리커창 전 총리를 추모하는 장문의 기사가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게재됐다.
리커창은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제1서기를 역임해 공청단 선배인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유력한 후계자로 불렸다. 시 주석과 함께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 후보로 거론됐지만, 국무원 총리를 끝으로 은퇴한 뒤 2013년 11월 갑자기 숨졌다.
인민일보는 3일자 6면 톱으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당역사문헌연구소가 작성한 ‘생명을 걸고 당과 인민을 위해 분투’라는 제목의 리커창 전 총리 탄생 70주년 기사를 게재했다. 리커창은 1955년 7월 3일 안후이성 딩위안에서 태어났다.
기사는 리커창에 대해 “중국공산당의 뛰어난 당원이자 오랜 세월 검증된 충직한 공산주의 투사, 뛰어난 프롤레타리아 혁명가이자 정치가였으며 당과 국가의 뛰어난 지도자였다”며 최고의 찬사를 늘어놨다. 이어 “공산주의의 숭고한 이상에 변함없이 충실했고 당과 인민에게 무한히 충성했으며 평생을 당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며 큰 공헌을 했다”고 강조했다.
기사는 리커창의 생애를 요약한 뒤 공적도 하나씩 열거했다. 공청단을 통해 당과 국가의 전체 과업에 이바지, 중원지역의 발전과 동북지역의 노후 산업기지 진흥 주도, 과학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며 국가 발전 전략 추진, 신발전이념을 관철해 고품질 발전에 주력, 코로나19 대응과 현대화 체제 개혁 주도, 고결한 정치 품성과 도덕으로 당원 본분을 지킨 삶 등이다.
리커창은 베이징대 경제학박사 출신의 경제전문가로서 실용적·개혁적 성향과 함께 서민적 행보를 보여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시 주석 다음인 권력서열 2위 총리를 2013년부터 10년간 지냈지만, 실권은 거의 없었고 시 주석과는 경제정책과 제로코로나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사들은 리커창을 시 주석 체제에 대한 반대와 개혁의 상징으로 부각했다.
중국에선 그동안 리커창 추모가 금기시됐다. 지난해 11월 별세 1주기 때도 추모행사는 없었고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등에서도 추모 글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대만 언론은 중국 당국이 소셜미디어 등에서 리커창 추모 글을 차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커창은 2023년 10월 27일 68세를 일기로 상하이의 한 호텔에서 사망했다. 공식 사인은 심장질환이었다. 구완밍 전 신화통신 선임기자는 “리커창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많은 의심과 이해할 수 없는 점들이 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가 지난해 11월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리커창 사망 직후 시신 화장 중단, 진실 규명 위한 합동조사팀 구성, 관련 인물 조사 및 법에 따른 책임 추궁, 사인 규명 위한 부검 실시, 장의위원회 구성 및 적절한 기준에 따른 장례식 등 5개항을 공산당원 자격으로 공개 요구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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