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 행위 시 퇴거 및 고발 조치 안내문.’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위치한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본관 곳곳에는 이 같은 제목의 안내문이 곳곳에 붙기 시작했다. 법원에서 고성을 지르거나 시위용품을 흔드는 등 재판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할 경우 즉시 퇴거 조치가 이뤄진다는 안내문이다. 여기에는 불응 시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문도 들어 있다. 법원 관계자는 3일 “집회 때마다 청사 내 소음과 소란 문제가 발생해 안내문을 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관련 재판을 포함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이 한 주에만 3차례씩 진행되면서 법원이 또 다른 전장이 되고 있다. 최근 특검이 공소유지 업무를 시작하며 법정 안팎에서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법원이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는 일정은 매주 열리는 윤 전 대통령의 재판이다. 아침부터 재판 종료까지 법원 관계자들이 정문에서 출입하는 사람들 가방 안까지 일일이 확인하고, 위험한 물품 등을 갖고 들어갈 수 없도록 한다. 윤 전 대통령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 “윤어게인!”을 외치는 지지자들 옆에는 경찰들이 대기하며 돌발상황에 대비한다. 법원 관계자는 “보안관리대원들의 업무 범위는 넓은데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의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검이 본격 수사를 시작한 이후에는 리스크가 추가됐다. 서울고검 청사에 자리 잡은 내란 특검이 지난 1일 윤 전 대통령을 소환하겠다고 밝히자 법원은 바로 옆 검찰청 방향으로 나 있는 정문을 그날 하루 폐쇄하기로 했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 등 인파가 법원 쪽으로 넘어올 것을 우려해 선제 대응한 것이다. 이날로 예정돼있던 조사가 5일로 연기되며 폐쇄 조치는 오전 9시 해제됐지만 앞으로 수사 때마다 촉각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한 부장판사는 “매주 재판 상황에 더해 실시간으로 바뀌는 수사 일정에도 신경 써야 하니 청사 관리하는 분들의 고생이 늘어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긴장 상황은 법정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추가 구속 여부를 심리한 법정에서는 방청객들이 재판부를 향해 “절차 제대로 밟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재판부 진행 문제가) 심하니까 그렇지” 등으로 외치며 항의하다 경고가 내려지는 장면이 반복됐다. 그다음 날 26일 재판에서도 김 전 장관 지지자 30여명이 출석한 증인이 변호인 측 신문에 대답할 때마다 한숨을 쉬거나 ’당신이 뭘 아는데 그런 식으로 증언하냐’는 식의 야유를 보내자 검찰 측이 “증인이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재판부에 문제를 제기하는 장면도 있었다. 이날 재판은 지지자들이 법정을 떠나는 김 전 장관을 향해 “비상계엄은 정당했다” “장관님 힘내세요” 구호를 반복해 외치자 경위들이 황급히 방청객들에게 법정을 떠날 것을 요구하는 장면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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