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엔 마니아 관객이 사랑하는 세 축제가 온다

지난 2023년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과제 공연시장 마니아 관객 성향 조사’는 마니아 관객의 공통된 특징들을 도출했다. 특정 작품과 장르에 대한 애정이 깊어서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한편 여러 차례 반복해서 관람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공연 리뷰나 인증 글을 올리는가 하면 주변에 입소문을 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공연계에서 이런 마니아 관객의 애정 덕분에 성장해온 축제 3개가 7월에 잇따라 열린다. 줄라이 페스티벌, 여우락 페스티벌, 싱크 넥스트가 그 주인공이다.


줄라이 페스티벌은 더하우스콘서트가 7월 1~31일 한 달간 매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여는 클래식 축제다. 더하우스콘서트는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박창수가 2002년 자택에서 시작해 ‘하우스 콘서트’ 붐을 일으키며 만든 브랜드. 작은 공간에서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연주자와 관객이 직접적인 소통을 나눈다는 콘셉트가 특징이다. 2008년부터 다양한 공간에서 콘서트를 열다가 2014년 12월부터 예술가의 집에서 월요일마다 열고 있다. 그동안 거쳐 간 연주자는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를 비롯해 국제무대 데뷔하기 전 10대의 피아니스트 김선욱, 조성진, 임윤찬 등 5000명에 육박한다.

2020년 시작된 줄라이 페스티벌은 그동안 작곡가 한 명을 집중 탐구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여 왔다. ‘스트라빈스키와 20세기 러시아 작곡가’를 주제로 열리는 올해는 스트라빈스키를 중심으로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예프, 쉬니트케, 글리에르, 바인베르크 등의 작품을 다룬다.


스트라빈스키는 20세기 음악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물로 발레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에도 영향을 미쳤다. 줄라이 페스티벌에선 초기의 민족주의·원시주의 작품에서부터 중기의 신고전주의, 후기의 재즈와 12음 기법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음악 어법을 보여준 스트라빈스키의 작품 가운데 하우스콘서트에 적합한 것을 중심으로 선보인다. 개막 공연인 백윤학 지휘 ‘병사의 이야기’와 폐막 공연인 진솔 지휘 ‘봄의 제전’까지 피아니스트 박재홍 박종해, 바이올리니스트 김현미 백주영, 첼리스트 이정란 심준호 등 한국 대표 연주자들을 포함해 237명이 참여해 31회 공연을 펼친다.

특히 이번 줄라이 페스티벌은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만 열리던 무대를 지역으로 확대해 전국 규모 축제로 거듭난다. 경남 함안, 부산, 대전, 충북 청주, 충남 서산 등 전국 10곳에서도 13회 공연이 열린다.



올해 16회째인 여우락 페스티벌(이하 여우락)은 7월 4~26일 국립극장 하늘극장과 달오름극장에서 열린다. 국립극장의 여름 축제인 여우락은 ‘여기, 우리 음악(樂)이 있다’의 줄임말이다. 국악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거나 다양한 장르와 융합한 프로그램으로 충성도 높은 젊은 관객을 늘려왔다. 그동안 누적관객 8만2000여명, 평균 객석점유율 90%를 기록했다.

올해 여우락은 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을 예술감독으로 선임해 대중성과 재미를 극대화한 축제로의 변화를 꾀한다. 이희문은 민요를 파격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무대로 정평이 나 있다. ‘민요의 재발견’을 주제로 한 올해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새롭게 해석한 민요의 향연으로 펼쳐진다. 특정 장르를 주제로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은 여우락 사상 처음이다. 과거엔 대중음악이었던 민요의 위상을 동시대에 되살려보자는 취지다.


개막공연인 이희문 출연 및 연출 ‘요상한 민요 나라 히무니’를 시작으로 23일간 12개 작품 16회 공연이 펼쳐진다. 대중음악·정가·클래식·재즈·인디밴드·현대무용 등 각 세대와 장르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저마다의 음악 언어로 민요를 다채롭게 변주한다.

올해 여우락에는 역대 최다 규모인 200여 명의 예술가가 참여한다.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이춘희, 김수연, 김광숙을 필두로 최수정, 박애리, 박준길 등 소리꾼들과 함께 가수 최백호와 인순이, 재즈 아티스트 웅산, 크로스오버 그룹 레이어스 클래식, 인디밴드 까데호,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희문은 여우락을 ‘요상한 민요 나라’라는 판타지 세계관으로 바라보고 예술가들을 ‘수호자’ ‘마법사’ ‘연금술사’로 분류하는 남다른 시도를 했다. 이희문은 “민요는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음악이며, 그 진정한 힘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싱크 넥스트(Sync Next)는 세종문화회관이 2022년 블랙박스 극장인 S씨어터를 기반으로 첫선을 보인 컨템포러리 공연 축제다. ‘경계 없는 무대, 한계 없는 시도’를 모토로 다양한 장르 간 융합과 새로운 형식의 작품을 기획 및 제작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총 55팀의 예술가가 34개 작품을 선보이며 마니아 관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싱크 넥스트는 서울이 전 세계 동시대 예술의 흐름을 이끄는 창작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는 허브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7월 4일~9월 6일 열리는 올해 싱크 넥스트는 동시대 주목받는 예술가 18팀과 함께 한다. 테크노, 앰비언트, 현대음악, 네오소울, 힙합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중심으로 장르와 공연 형식의 경계를 허무는 11개 작품, 32회 공연이 펼쳐진다.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을 중심으로 보컬리스트 정마리, 설치미술가 부지현이 합류한 개막공연 ‘루시드폴·정마리·부지현’부터 국내 테크노씬을 이끌어온 벌트(vurt.)와 미술계가 주목하는 오디오-비주얼 콜렉티브 업체(eobchae)가 베를린 테크노 문화를 조명하는 폐막공연 ‘벌트vurt.·업체eobchae’는 싱크 넥스트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이외에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상을 받은 ‘수민&슬롬’, 전통연희를 동시대 감각으로 풀어내는 ‘리퀴드 사운드’, 185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 BDNS’의 프런트맨이자 배우 겸 작가로 활약하는 문상훈의 첫 무대 작업 ‘문상훈과 빠더너스’ 등 주목해야 할 공연이 이어진다.

또한, 올해는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돼 관객의 몰입과 참여를 확대한다. 서울시발레단 ‘데카당스’로 화제를 모은 거장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의 신체 움직임 언어 ‘가가(Gaga)’를 체험하는 워크숍도 열린다. 또 안무가 해니와 시각 예술가 미스터 크리스는 오디션을 통해 뽑은 서른 명의 무용수와 함께한 창작 과정을 공유하는 ‘해니 워크숍’을 진행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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