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학생들이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지원하고 싶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27일 오전 11시쯤 90대 할머니가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본관 대외협력처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할머니는 메고 온 배낭을 열고는 신문지로 정성스럽게 싼 돈을 꺼낸 뒤 건넸습니다.
신문지를 풀어보니 5만원짜리 지폐를 묶은 돈다발 뭉치 여러 개가 나왔습니다. 할머니가 한 푼 두 푼 모은 5000만원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시간이 더 있었으면 더 모아서 가져오려고 했는데, 나이가 많이 들어 미리 준비한 돈을 전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동대문구에 살며 가장 높은 곳에 기부해야 기부금이 정당하게 쓰일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할머니는 이미 자녀와 상의한 뒤 학교를 방문한 것이라며 놀란 직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그러면서 “기부금이 정당하게 쓰였으면 좋겠다”고 거듭 당부했습니다.
학교 측에 따르면 할머니와 그 자녀는 경희대와 별다른 인연이 없다고 합니다. 모교를 향한 애정으로 기부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그렇지 않은 것이죠.
할머니는 약 40분간 기부 절차를 밟은 뒤 학교를 떠났습니다. 기념촬영이나, 예우품 및 식사 제공 등을 모두 사양했습니다. 할머니는 이름과 사는 곳 등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거듭 말했다고 합니다.
경희대 관계자는 2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학교와 별다른 연고가 없는 분들이 기부를 하는 경우는 가끔 있다”면서도 “이렇게 고령의 어르신이 현금을 직접 들고 오셔서 전달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경희대는 할머님 요청에 따라 기부금을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지정해 지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경희대 관계자는 “이번 기부는 단순한 후원을 넘어 교육의 기회를 확장하려는 진심 어린 뜻이 담겨 있다”면서 “기부자 뜻을 소중히 새기고, 기금이 학생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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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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