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체제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의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가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았다.
24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제78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파나히 감독은 최고 작품상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이란의 각종 사회·정치 문제를 다룬 작품을 만들어 온 파나히 감독은 반정부 시위, 반체제 선전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체포됐다. 그는 2010년 ‘20년간 영화 제작 금지와 출국 금지’ 처분을 받았으나 몰래 영화를 만들어 해외 영화제에 출품해 왔다. 2022년 재수감됐다가 2023년 2월 석방 요구 단식 투쟁을 벌인 끝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는 과거 정치범으로 수감됐던 한 남자가 감옥에서 자신을 괴롭힌 경찰과 닮은 사람을 마주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담은 영화다.
무대에 오른 파나히 감독은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자유이며, 자유를 위해 뭉쳐야 한다”면서 “아무도 우리가 뭘 입어야 하는지, 무엇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명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파나히 감독은 2000년 ‘써클’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2015년 ‘택시’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데 이어 황금종려상까지 받으면서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을 모두 석권한 역대 다섯 번째 감독이 됐다.
2등 상인 심사위원대상은 두 자매가 관계가 소원한 아버지와 겪는 일을 그린 덴마크 출신 노르웨이 감독 요아킴 트리에르의 ‘센티멘털 밸류’가 받았다. 각본상은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수상한 거장 형제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뤼크 다르덴이 ‘더 영 마더스 홈’으로 받았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출신 허가영 감독은 단편 ‘첫여름’으로 라 시네프 부문 1등 상을 차지했다. 라 시네프는 전 세계 영화학교 학생 등 차세대 창작자의 중단편을 소개하는 경쟁 부문으로, 한국 영화가 1등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한국 장편 영화는 경쟁 부문에 진출하지 못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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