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1등’이라며 주도권을 잡으려는 원조 논쟁이 한국교회 타락의 시작입니다. 원조 맛집은 굳이 ‘최고’ ‘일류’를 외치지 않아요. 맛과 서비스, 즉 본질로 승부하죠. 교회 역시 그래야 합니다.”
옥성득(65)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아시아언어문화학과 석좌교수가 지난 8일 신간 ‘한국교회 첫 사건들’(새물결플러스) 북토크 현장서 한 말이다. 이날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열린 북토크에서 질문에 답하던 옥 교수는 “이른바 ‘원조병’은 내적 동력을 잃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쇠퇴하는 한국교회가 승리주의를 극복하고 겸손하게 주님 섬기는 자리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책을 냈다”고 밝혔다.
1910년 이전 한국 개신교 안팎에서 발생한 첫 사건을 모은 이번 책은 2016년 펴낸 ‘첫 사건으로 본 초대 한국교회사’의 증보판이다. 기존 책을 구성했던 45개 사건에다 27개의 사건을 새로 추가했다. 논문을 토대로 한 책이지만 전공자가 아니라도 읽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기술했다. 통사(通史)가 아니기에 제목엔 교회사가 아닌 ‘첫 사건들’이란 표현이 쓰였다.

서울대 영문학·국사학과와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을 거쳐 미국 프린스턴신학교와 보스턴대 신학대학원에서 각각 신학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차 사료(史料)를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옥 교수는 전작에서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란 서두로 널리 알려진 ‘언더우드의 기도’가 한 소설가의 창작임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책에도 1차 사료를 바탕으로 기존 사서와 온라인에 퍼진 각종 오류를 바로잡는 내용이 여럿 담겼다.
정밀한 연구를 위해 미국 예일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국립중앙도서관 등에서 직접 1차 사료를 확인한다는 그는 “선교사의 행적이 적힌 편지나 일기, 보고서 등이 담긴 마이크로필름을 일일이 확대해 연구한다”며 “하루에 겨우 한쪽만 읽어낸 날 꽤 됐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원어민도 70%만 이해하는 선교사들의 필적을 연구하며 해석하는데 꼭 탐정이 된 기분이 들더라”며 “그간 남이 안 본 자료를 제일 먼저 내가 본다는 기쁨으로 살았다”며 웃었다.

선교 140주년을 맞아 다시 쟁점이 된 ‘최초 교회’ 논쟁에 관한 생각도 밝힌다. ‘지역 교회 창립일 기준 문제’를 별도의 장으로 다룬 옥 교수는 “학회나 교단이 지역 교회 창립일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그간 여러 개교회가 자신들의 창립일을 제멋대로 변경하거나 앞당겨왔다”며 “교회 창립일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교회사 서술에 일관성을 회복하고 교회 연합 분위기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제시하는 한국인 개교회 창립 최소 요건은 ‘지역성’ ‘공동체성’ ‘정기 예배’ ‘세례 및 성찬’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새문안교회는 1887년 9월 27일, 정동제일교회는 같은 해 10월 9일, 소래교회도 그해 10월 30일 설립됐다. 서울 남대문교회는 1907년 교회 창립 후 1909년 11월 21일 정규 장로교회로 조직됐다. 인천 내리교회는 1890년 안골(내리)에 6칸 초가집에서 집회가 시작됐다는 게 옥 교수의 분석이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옥중 개종 담론 변천사를 소개하면서는 후대에 덧붙여진 신화적 요소를 제거했다. 고종 폐위 음모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투옥됐던 이승만은 5년 7개월간의 수감 생활 중 영어 성경과 여러 기독교 서적을 읽으면서 서서히 회심했다. 옥 교수는 “일각에선 이승만이 옥중 깊은 성령 체험을 했다는데 이를 지지해주는 자료는 없다”고 했다. 또 “한 전기엔 그가 한성감옥서 참수형에 처해진 사형수의 비명을 듣고 기도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 역시 가짜”라며 “갑오개혁 이후엔 참수형이 사라졌다”는 근거를 설명했다. 책에는 이 외에도 조선 땅을 처음 방문한 개신교 선교사 칼 귀츨라프(1832), 첫 기독교 신문 ‘죠션크리스도인회보’(1897) 등의 사례가 실렸다.

옥 교수는 향후 계획으로 “한국교회 설교 예화로 자주 쓰이는 역사의 근원을 밝히는 책을 출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평양 기독교와 서울 기독교를 비교 연구하고 있다”며 “올해와 내년에 집중해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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