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선지자들을 죽이고 네게 파송된 자들을 돌로 치는 자여 암탉이 그 새끼를 날개 아래에 모음 같이 내가 네 자녀를 모으려 한 일이 몇 번이더냐 그러나 너희가 원하지 아니하였도다.”(마 23:37)
예수님은 예루살렘 동쪽 감람산에 올라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이같이 탄식했다. 누가복음은 “가까이 오사 성을 보고 우시며 이르시되 너도 오늘 평화에 관한 일을 알았었더라면 좋을 뻔하였거니와 지금 네 눈에 숨겨졌도다”(눅 19:42)라고 전한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던 곳에 이른바 ‘눈물교회’로 부르는 도미누스 플레빗(Dominus Flevit)이 들어섰다. 예루살렘 일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회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작고 아담한 예배당에서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성지 예루살렘을 조망할 수 있다.
국민일보는 이스라엘 정부 공식 초청으로 지난 5일부터 엿새간 예루살렘은 물론 십자군의 흔적이 남아있는 북쪽 항구도시 아코와 남쪽 사해 인근 마사다까지 이스라엘 전역을 방문했다. 한국인 성지순례를 이끄는 다비드투어와 갈릴리여행사의 임원이 동행했다. 지난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면전이 시작된 이후 지난 2월에서야 여행경보가 3단계 출국권고에서 2단계 여행자제로 하향 조정됐다. 이번 초청은 전쟁 종식을 앞두고 이스라엘 관광 및 본격적인 성지순례를 재개하기 위해 전 세계 언론과 여행기관을 상대로 진행된 여정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취재진이 도착할 무렵인 지난 4일(현지시간)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예멘 반군의 탄도미사일은 이스라엘군(IDF)의 방공망을 뚫고 공항 3터미널 인근에 떨어져 6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유럽 주요 항공사들이 일제히 텔아비브 노선을 취소하는 와중에 취재진은 중동의 두바이를 거쳐 벤구리온 공항에 내렸고, 우리 외교부의 “민방위사령부(HFC)의 공습경보 발령시 신속히 방공호로 대피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이스라엘은 전투기를 동원해 즉각적인 보복 공격에 나섰다.
눈물교회에서 예루살렘을 바라보면 하나님의 성전이 겪는 수모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황금으로 덧칠된 대형 돔이 눈에 띌 수밖에 없는데 이곳이 바로 솔로몬이 봉헌한 하나님의 성전이 있던 자리다. 지금은 바위 사원(Dome of the Rock)으로 불린다. 메카 메디나에 이어 이슬람의 3대 성지로 황금 80㎏을 녹여 만들었다. 주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이후 예루살렘은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지리라”(마 24:2) 말씀 그대로 여러 차례 황폐화됐다. 티투스가 이끄는 로마군이 주후 70년 이 성전을 파괴했고, 135년에도 로마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예루살렘을 침공했으며, 614년엔 페르시아의 침공으로 교회가 불탔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하지만 동예루살렘은 계속 요르단의 지배를 받게 됐고, 1967년 6일 전쟁 이후에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을 점령한다. 예루살렘 성벽의 숱한 총탄 자국, 일반인도 AK-47 자동소총을 들고 거리를 거니는 모습을 통해 여전히 분쟁 중인 이스라엘의 현실을 느낄 수 있다.
예루살렘 관광 총괄 책임자는 국민일보에 “이스라엘은 안전한 장소”라고 거듭 강조했다. 세계 최강의 군대가 굳건하게 국경을 지킨다고 언급하며 아이언돔 등 방공망 수준을 자랑했다. 유대인 구역, 기독교인 구역, 아랍인 구역, 아르메니아인 구역 등 4개 부분으로 나뉘어 공존을 모색하는 예루살렘의 정책들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사야 2장 4절을 인용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로 평화를 바라는 구절이다.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 지어다.”(눅 24:34) 부활한 주님은 예루살렘에 모여 있던 열한 제자에게 나타나 보다 직접적으로 평화를 언급하며 인사를 나누신다. 신약은 인정하지 않고 구약만 언급하는 유대인들이 이사야서 말씀 그대로 무기를 내려놓고 농기구를 만드는 노력을 선행해야, 즉 즉각적인 평화 협상과 휴전을 선포해야 성지순례와 관광이 재개될 것이다. 이 역시 세상의 폭력 한가운데서 용서와 화해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는 노력에서 시작해야 가능한 일이다.
예루살렘=글·사진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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