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반려묘 루이를 키우는 김모(34·서울 강남구)씨는 요즘 루이가 고양이 화장실에서 웅크린 채 자주 운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소변 횟수와 양도 크게 줄었습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져보던 김씨는 루이 증상이 요로결석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결국 요로결석용 처방사료를 구매하고 이걸 루이에게 한달간 먹였는데요. 상황은 되레 악화했습니다. 요로결석용 처방사료를 먹은 루이는 아예 소변을 보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습니다. 뒤늦게 동물병원에서 정밀 검진한 결과, 루이는 염증과 부기로 인해 요도가 막히는 요도 폐쇄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2주간의 집중 치료 결과 증상은 크게 호전됐어요. 하지만 애초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한달 넘게 겪은 셈이 됐죠. 김씨는 “담당 수의사로부터 처방사료는 반드시 전문가 진단을 받고 먹여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6살 푸들 몽실이를 키우는 박모(57·경기 분당)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몽실이가 며칠간 설사에 시달리는 걸 본 박씨는 몽실이가 간식을 많이 먹고 탈이 난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포털 검색창에 ‘소화기 건강용 처방사료’를 검색한 그는 그중 후기가 많이 달린 저지방·고섬유질 처방사료를 주문해 몽실이에게 2주 동안 먹였습니다. 하지만 설사는 멈추지 않았고, 얼마 뒤부터 몽실이는 피가 섞인 혈변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박씨는 몽실이를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검진 결과는 특정 단백질에 대한 식이 알레르기. 수의사는 사료 내 특정 단백질 성분이 몽실이 체내에 면역 반응을 일으켰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수의사는 몽실이에게 민감 성분을 잘게 쪼개 면역 반응을 최소화한 가수분해 단백질 사료를 처방했습니다. 박씨는 “내 강아지는 내가 가장 잘 안다는 자만 때문에 몽실이가 괜한 고생을 했다”며 자책했습니다.
최근 반려동물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질병 예방 및 건강 관리 목적으로 처방사료를 찾는 보호자가 많아졌습니다. 데이터 분석업체 유로모니터가 발표한 ‘2024 국내 반려동물 시장 현황 및 주요 트랜드’에 따르면 처방식 매출은 2022년 기준 1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성장해 전체 사료시장 성장률(6%)의 3배를 웃돌았습니다. 전체 사료 대비 처방사료의 매출은 7%에 달하는데 이는 처방사료 시장이 발달한 일본(11%), 프랑스(8%), 미국(6%)에 견줄 만한 규모입니다.
처방사료는 말 그대로 전문가 처방을 받아야 하는 특수 사료입니다. 질환으로 손상된 대사 기능을 보조하기 위해 설계된 제품이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구매해야 합니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 등지에서는 처방사료의 영양 기준을 규정하고 구매할 때 수의사 처방에 따를 것을 법률 및 관련 규정으로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수의사 상담 없이 온라인에서 누구나 손쉽게 처방사료를 주문할 수 있어서 오남용이 우려되는 게 현실입니다.
국내 1위 펫푸드 브랜드 로얄캐닌 조사에 따르면 보호자 10명 중 7명은 수의사의 진료 없이 처방사료를 사용해 반려동물이 건강 이상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로얄캐닌에서는 오는 31일까지 올바른 처방사료 급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5000원 이상을 지불한 동물병원 진료 영수증을 로얄캐닌 홈페이지에서 인증하면 선착순 3000명에게 반려동물 건강지원금 5만원을 카카오페이로 지급합니다.
국내 반려인들에게 잘못 알려진 처방사료에 대한 오해 4가지를 중심으로 보호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처방사료 상식을 알아보겠습니다.
Q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데 굳이 수의사 진단이 필요한가요?
처방사료는 특수 목적에 맞춰 영양성분이 정밀하게 배합돼 있습니다. 비전문가의 임의적 진단으로 오용할 경우 다른 장기에 무리를 주거나 질병을 더욱 악화시킬 위험성이 크므로 수의사의 진단 및 처방을 받은 뒤 사용하고 급여기간, 분량 등을 엄격히 준수해야 합니다.
비슷한 증상이라도 질병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겉보기 증상만으로 특정 질병이라고 속단하고 처방사료를 잘못 쓸 경우에는 오히려 반려동물의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예컨대 반려묘가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량이 많아지면 보호자가 당뇨로 임의진단하는 경우가 많지만 신장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이때 고단백·고지방의 당뇨 처방식은 신장질환을 앓는 반려묘의 증상을 악화시키고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수의사가 처방사료를 선정할 때도 특정 증상만을 따지는 자의적인 판단을 경계합니다.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혈액, 소변, 체성분 정밀검사를 비롯해 병력 및 생활습관 등을 반영해 처방사료를 신중히 골라야 합니다.
Q 과거 수의사에게 처방사료를 추천받았다면 이후 추가 진료 없이 동일 제품을 사도 될까요?
반려동물에게 처방사료를 줄 때는 반드시 현시점의 건강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과거 증상이 반복해서 나타나더라도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재차 진단 및 검사를 받아야합니다.
Q 급여기간 이후에도 처방받은 사료를 계속 먹여도 될까요?
진단 이후로 질병의 진행 양상은 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급여 기간이 지나면 동물병원을 재방문해 수의사 진단을 다시 받아야 합니다. 처방사료의 급여 여부는 진단 결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례로 수의사 진단을 통해 체중감량용 사료를 추천받은 뒤 권장 급여 기간이 지났음에도 추가 진단 없이 해당 사료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다가 1년 후 반려동물이 쇠약해진 상태로 동물병원을 찾아온 사례도 있습니다. 체중 감량용 처방사료는 열량을 제한하면서도 영양소 불균형이 생기지 않도록 설계돼 있지만 목표 체중을 달성한 이후로는 급여량과 급여기간이 달라져야 합니다. 임의로 감량기 급여량을 유지하다가는 영양 부족으로 체중 급감, 근육량 감소, 피부건강 악화 등 부작용을 겪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반려동물이 처방사료를 먹고 있다면 수시로 체중 및 급여량을 측정하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Q 일반사료 대신 처방사료를 쭉 먹이면 반려동물 건강에 더 좋지 않을까요?
처방사료는 반려동물의 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특수하게 설계돼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펫푸드 브랜드 로얄캐닌의 제품이 있습니다. 로얄캐닌은 지난 50여년간 500명의 수의사, 영양 전문가들이 반려동물이 앓는 소화계, 요로계, 체중, 피부질환, 신장, 심장, 관절 등 주요 증상을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반려견 45종, 반려묘 32종을 위한 처방사료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질환을 겨냥해 설계된 만큼 처방사료는 건강한 반려동물에게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처방사료를 오남용할 경우 ▲영양 불균형 ▲장기 기능 저하 ▲식욕 저하 또는 기호성 문제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질환이 호전됐다면 처방사료를 끊고 일반사료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의사와의 지속적인 소통입니다.
결론적으로 처방사료를 급여할 때에는 ▲수의사의 진단 ▲수의사의 추천 ▲급여기간 준수 등 3가지를 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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