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며 시장 예상대로 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 것이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4.25∼4.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위원 전원이 금리 동결에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연준의 금리 동결로 한국(2.75%)과 미국 간 금리차는 상단 기준으로 1.75%포인트를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연준은 보도자료를 통해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며 “실업률 상승과 인플레이션 상승의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을 거론했다. 파월 의장은 “지금까지 발표된 관세 인상은 예상보다 훨씬 큰 폭으로 이뤄졌다”며 “모든 정책은 여전히 진화하고 있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불확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발표된 대규모 관세 인상이 지속한다면 인플레이션 상승, 경제 성장 둔화, 실업률 증가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그동안 경기 침체 가능성을 거론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해왔다. 트럼프는 파월 의장 해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의 금리 인하 요구에 대해 “우리의 직무 수행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경제 지표와 전망, 위험 균형이 우리가 고려하는 것의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와 만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어떤 대통령과도 (먼저) 만남을 요청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고용과 물가 중 어떤 게 더 대응이 시급하냐는 질문에 “우리는 관망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 우리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더 관망하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 꽤 낮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다”고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정책 변화(관세 도입)는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집중할지, 실업률 상승 위험에 더 집중할지 결정해야 하는 연준에 딜레마를 안겨준다”고 보도했다.
연준은 지난해 하반이 금리를 연이어 인하한 뒤 올해 들어서는 금리를 계속 동결 중이다. 연준이 빨라도 7월까지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미국 언론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연준이 6월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웰스파고의 이코노미스트들이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많은 경제학자와 투자자들은 여전히 연준이 올해 2~3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트럼프가 부과한 전면적 관세가 미국 경제와 연준의 정책에 엄청난 불확실성을 불어넣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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