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가 처한 이 사회는 문자 그대로 혼돈 그 자체입니다. 무엇이 정의고 무엇이 불의인지 판단이 어렵습니다. 누가 애국자이고 누가 반국가 세력인지 분별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라의 운명이 위태롭습니다.
지금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를 말할 수 있겠지만 한마디로 솔직히 말하면 이념 전쟁입니다. 자유민주주의냐,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냐입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여러 번 곡절이 있었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시장경제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경쟁 사회 속에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별 어려움 없이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누리고 사유재산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유를 누리면서도 자유의 소중함과 그 가치를 잊게 되고 너무 당연한 것처럼 여겨왔습니다. 마치 태양 광선이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소중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햇빛은 으레 비치니까 그 고마움을 잊어버리고 사는 격이 됐습니다.
많은 사람이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사회, 새로운 나라가 된다”며 사회주의를 포장한 말에 어리석은 호기심마저 가지는 현실입니다. 정말 안타깝기 이를 데 없고 한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제 앞에 얼음구멍이 있어서, 거기에 빠지면 생명이 위험한데 아무 생각 없이 얼음구멍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심정입니다.
“그대로 가면 위험해요, 거기에 빠지면 죽어요”라고 소리쳐야 합니다. 누가요? 교회가 소리쳐야 합니다. 듣고 안 듣는 것은 교회의 책임이 아닙니다. 듣든지 아니 듣든지 이것은 교회의 사명이요, 존재 의미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요 세상의 빛이다.” 소금이나 빛은 귀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소금이나 빛이 제구실할 때 귀한 것이지 구실을 못 하면 쓸모가 없어지고, 사회에 부담이 되고 맙니다. 소금이 맛을 잃으면 아무 쓸모가 없어 길가에 내버려 짓밟힘이 됩니다.
빛이 빛을 발하지 못하면 캄캄해서 혼돈에 빠집니다. 오늘 사회가 이처럼 부정부패의 사회가 되고 혼란한 사회가 된 것이 누구 때문이라고 탓하기 전에 “나 때문입니다”라고 외쳐야 합니다. 교회가 제구실을 하지 못해서입니다. 소금은 녹아야 맛을 내고 빛은 타버려야 어둠을 밝힐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녹지 못하고 타지 못했습니다. 이것부터 회개하면 교회가 살고 나라가 살 것입니다.
졸고 잠자는 안일에 도취한 한국교회는 깨어나야 합니다. 교회는 사회의 양심입니다. 사람에게 주신 하나님의 귀한 선물이 양심입니다. 이 양심이 있으므로 사람입니다. 양심은 잘할 때 칭찬하고 잘못할 때 책망합니다. 사람이 아무리 칭찬해도 내 양심에 가책을 받으면 괴롭고 다른 사람들이 비난하고 정죄해도 내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으면 버젓이 살 수 있는 것이 양심입니다. 양심은 이처럼 소중합니다.
그런데 이 양심은 상대적입니다. 환경과 처지에 따라서 그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거짓말도 한 번 하면 가책을 받고 ‘이래서는 안 되는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쩌다 두 번, 세 번 하다 보면 ‘사람이 세상에 살면서 거짓말이야 다 하고 사는 것이지’하며 위로받습니다.
뚜껑 없는 가마솥에 체온에 맞는 물을 부은 후 개구리를 병에 넣고 살금살금 불을 질렀을 때, 물이 끓어 죽을 때까지 그저 ‘따뜻해지네’라면서 죽어가는 개구리와 같습니다.
양심이 죽으면 그 사람의 겉모양은 사람이지만, 사람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인면수심’입니다. 얼굴은 사람인데 마음은 짐승입니다. 이런 사람은 못 하는 일이 없습니다. 불의를 저지르면서도 당연하게 생각해서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 없습니다.
오늘 이런 사람을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많이 볼 수 있습니까. 절대적인 양심은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믿음과 착한 양심을 가지라. 어떤 이들은 이 양심을 버렸고 그 믿음에 관하여는 파선하였느니라.”
믿음은 추진력이고 양심은 함께하는 선박의 나침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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