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아름다운 도시 경관에 대한 열망이 커지면서 제주도가 정원도시 조성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제주의 정원도시 정책 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첫 공식 회의에서 제주형 정원도시의 목표와 비전을 명확히 설정해야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정원도시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제주도는 7일 제주도청 한라홀에서 ‘제주형 정원 기본계획 수립 및 대상지 타당성 조사’ 용역 착수 보고회를 열었다. 주요 과업은 정원도시 기본 구상 및 종합 마스터플랜 수립, 정원문화 진흥을 위한 세부 시행계획 수립, 정원 조성 대상지 선정 및 타당성 조사 등이다. 용역 기간은 오는 12월까지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따뜻한 기후, 종다양성 등 정원도시로서 제주가 가진 유리한 생태적 여건을 언급하고, 동시에 5개년 사업 기간에 걸맞은 현실적인 계획안과 명확한 정책 비전 도출을 주문했다.
고경찬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본부장은 용역진이 발표한 과제 수행 계획안에 대해 “전국의 정원 주제 토론회에서 들을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는 다 가져다 놓은 것 같다”며 “제주만의 차별성있는 콘셉트를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경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전국 13개 지자체의 정원도시 추진 상황이 지역적 맥락과 상관없이 모두 비슷하다”면서 “‘자연도시’와 같이 제주의 정원도시 지향을 담은 비전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전략을 마련해야 ‘제주형’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고 했다.
박희성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정원은 유연한 자원(개념)이기 때문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방향을 잘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국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은 같은 문제를 지적하면서 현안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제주형 정원도시의 방향을 찾는 이번 용역이 일반론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제주도가 직면한 문제를 진단해 현안을 분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환경 훼손 가속화, 관광산업의 양적 포화, 구도심의 정주환경 악화와 같이 제주도가 정원도시 정책을 통해 해결하려는 주요 과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찾아야 명확한 비전이 나오고, 제주형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부끄럽지 않다”고 조언했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과업의 목적이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면서 “5년이라는 사업 기간 내에 현실적으로 집중해 추진할 수 있는 과제를 선별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또 “도청 내 여러 부서가 협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면서 “제주형 정원도시 계획의 추진 체계와 조직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도 용역에서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제주형 정원도시 조성은 제주만의 독특한 자연환경과 생태적 가치를 정원이라는 공간에 담아내는 작업이다. 여러 목표를 담아내려 하다보니 이 같은 지적이 나오는 것 같다”며 “제기된 의견을 참고해 도민 삶의 질을 높이고 동시에 세계적인 정원관광 명소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착수 보고회에서는 일반 농가의 자생 식물 생산 참여, 제주 식물 자원 산업화, 식물에 대한 기본 소양 교육 확대, 인력 양성, 부서 인력 확충 등 정원도시 추진을 위해 뒷받침돼야 할 제반 요소에 대한 여러 의견이 제시됐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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