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 관세 부담을 2년간 한시적으로 줄이기로 하면서 국내 부품업계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부품 공급망 미국으로 가져오려는 장기적인 압박이 담긴 조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부품업계의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을 위해 25% 자동차 관세 중 일부를 2년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에서 조립된 차량의 가치에 최대 15%의 상쇄용 크레딧 제공하고, 이 크레딧으로 부품을 수입할 때 상쇄하는 방식이다.
유효 기간은 4월 3일부터 2027년 4월 30일까지 2년간이다. 첫해에는 차량 가격의 15%에 해당하는 크레딧을, 2년 차에는 10%에 해당하는 크레딧을 제공한다. 수입 부품에 부과되는 관세 25% 중 3.75%포인트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게 상무부 설명이다.
이번 조치로 ‘관세 리스크’에 노심초사하던 부품업계는 숨통이 트이게 됐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5월부터 부과될 부품 관세가 줄어들게 돼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자본력 있는 대기업 계열 부품사들은 멕시코 등 북미에 현지 공장을 세우거나, 트럼프 정책에 맞춰 생산·수출 전략 변경 등 구조재편에 나서야 하는 장기 숙제를 안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업체의 고심이 깊다. 현지 진출은 물론 기술 투자 여력도 부족해 장기적으로 생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중소업체 입장에서 해외 진출은 쉽지 않다”며 “결국 현지 조달 비율이 증가할 것이고 비계열 중소 부품사의 경영압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자동차 부품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품산업 종사자 수는 28만1373명, 기업은 1만5239개다. 이 중 4인 미만 사업체가 과반(50.3%), 매출액 5억 미만인 곳이 27.6%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부품산업에 대한 구조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부품업체 중 ‘알짜’인 회사를 중심으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장기 계획을 갖고, 전체적인 산업 전환을 만들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완성차 기업의 역할론도 거론된다. 중소기업의 단독 대응은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미국 내 공장 확장 시 협력사와 공동으로 부지를 확보하고, 설비 투자에 대한 공동 기금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친환경 생태계에 대비한 부품 업계의 기술력을 끌어올려야 할 시점이 왔다는 반응도 나온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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