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중학생 K는 수학 숙제를 하지 않는다.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만을 시청한다. 그래서 부모와 잦은 갈등이 있다. 이런 갈등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정답을 베껴가기도 해서 심하게 야단을 맞기도 한다.
K는 ‘숙제가 너무 많아. 할 수 없을 거야, 왜 이렇게 싫은데 이걸 해야 하지, 너무 어려워 결국 해도 틀릴 거야, 나는 수학 머리가 없어. 멍청이야, 나는 거짓말쟁이야, 게으름뱅이야, 이러다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K는 이런 자신의 처지가 화가 나고, 불안하며, 절망감도 든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 감정에 사로잡히면 더욱 하기 싫어지며 회피하는 행동 즉, 게임이나 유튜브를 본다. 수학 숙제는 제쳐 두고 다른 과목만을 공부한다거나 거짓말로 순간을 모면하면서 상황은 점점 악화해 왔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로 계속 그랬다.
이런 K에게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잘못되어 있음을 설명하거나 머리가 나쁘지 않은 근거를 설명하면 어떤 반응일까? 그리고 수학 공부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거나,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권유하면 과연 효과가 있을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이다.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은 통제되거나 의도적으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통제하려고 할수록 더 튀어 오른다. 그렇다면 무엇을 통제할 수 있을까? 행동이다. 그렇지만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도 단계가 필요하다. 부모는 ‘아이가 미래에 대해 고민도 없고, 공부에는 통 관심이 없으며, 부모 마음을 너무 몰라주고 예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아이의 속마음은 어떤가? ‘부모님과 갈등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수학숙제를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생각한다. 부모와 K 모두 관계가 개선되길 원하고 수학 공부를 잘하고 싶은 공동의 목표를 가진 동반자였다. 그런데도 이들은 매일 밤 전쟁을 치른다. 왜냐하면 부모나 K 모두 행동 변화의 전략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 행동의 변화는 무엇부터 시작될까? 먼저 K가 수학 공부에 가지는 두려움과 낭패감, 좌절감에 공감을 표현하고 이해해 주는 거다. 그리고 K가 원하는 목표를 긍정형으로 바꾸어 보자. ‘~을 하지 않았으며, ~없었으면’ 식의 부정형은 ‘죽은 자의 목표’라고 칭한다. 행동의 변화를 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신에 ‘부모님과 대화가 잘되고 같이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수학 공부를 잘하고 싶어요’라는 식의 대화가 필요하다. 이렇게 원하는 것이 명확해진다면 자신의 행동을 분석해 보는 거다.
실제로 K는 마음속의 소망은 있었지만 실제로는 ‘유튜브나 게임을 한다든지,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낸다든지’ 하는 식으로 해서 소망에선 점점 멀어지기만 했을 뿐이라는 걸 보게 한다. 다음 ‘원하는 소망에 다가가는 행동은 무엇일까?’ 묻는다. K는 ‘숙제를 하고, 엄마가 제시하는 방법을 한번 받아들여 수학 과외를 해보는 것이요’라고 말했다. 사실 K는 수학의 기초가 부족해 학원에서 진도를 따라가지 버겁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들과 학원에 같이 다니는 것이 좋았다. 일대일로 하는 과외는 부담이 되어 피해왔었다.
그러나 이런 목표를 갖는다고 해도 ‘난 수학 머리가 없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 행동에 변화가 올 수 없을 거다. 대신 이런 생각의 마음이 재잘대는 ‘미끼’와 같은 것으로 여기고 이런 미끼에 낚이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생각을 없애지 못하지만 관찰할 수 있고 이런 생각의 미끼가 떠오를 땐 빨리 알아차리고 현재에 집중하는 거다. 생각에 낚이는 대신 생각이 시냇물에 낙엽이 흘러가듯이 흘러가도록 놔둔다. 그리고 이 지점에선 선택하는 거다. 내가 원하는 소망이 무엇이었지? 소망에 다가가는 행동을 선택할까? 아니면 멀어지는 행동을 선택할까? 생각의 미끼에 낚일 것인가? 미끼에서 풀려날 것인가?
이 지점에선 ‘잠시 멈춤’ 해보고 행동을 선택하자. 때로는 낚이기도 하고 원하는 삶의 궤도에서 미끄러지기도 할 것이다. 풀려나는 기술은 연습을 반복하면 차츰 미끄러지는 일도 줄어든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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