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봉천동 소재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불을 낸 유력 용의자 A씨(61)는 화재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층간소음 갈등으로 인한 방화 등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하고 있다.
21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7분쯤 봉천동 지상 21층·지하 2층 높이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검은 연기와 폭발음이 난다’는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소방차 45대와 소방인력 153명을 투입해 1시간37분 만에 불을 모두 껐다.
이 불로 1명이 사망했고, 70~80대 여성 2명이 4층에서 떨어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추락한 2명은 전신에 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연기를 흡입하거나 호흡 곤란을 호소한 50~80대 아파트 주민 4명도 병원으로 이송됐다.
불이 난 아파트는 임대동으로 노인들이 많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용 관악소방서 재난관리과 대응계획대장은 현장 브리핑을 통해 “현재까지 401호와 404호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향후 정밀 감식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4층에서 발견된 사망자는 A씨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화재 관련 용의자는 아파트 4층 복도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변사자와 동일인”이라며 “불에 탄 변사체 지문을 확인한 결과 방화 용의자로 추정하던 사람과 동일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가 현장에서 발견된 농약 살포기에 기름을 넣고 아파트에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사용한 오토바이 뒷좌석에서 기름통도 발견했다.
경찰은 층간소음 문제로 인한 갈등이 범행 동기일 수도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9월 방화 용의자가 층간소음으로 윗집 주민과 폭행을 벌여 경찰이 출동했었다”며 “당시 처벌불원서를 작성해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과거 거주 당시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다양한 가능성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3층에 살다가 지난해 말 인근 빌라로 이사했다고 한다.
경찰은 또 이날 오전 8시4쯤 해당 아파트에서 약 1.4㎞ 떨어진 한 빌라 앞 쓰레기 더미에서 발생한 화재도 A씨 소행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당시 경찰엔 ‘한 남성이 화염방사기를 쏘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곳에는 A씨 어머니가 살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이 빌라를 오가면서 주민들과 크고 작은 다툼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