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성폭력과 성희롱이 풍토병 수준으로 만연하며 미투운동 이후에도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하원의 ‘엔터테인먼트 부문 성폭력 조사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TV와 영화에서부터 연극, 라디오, 코미디, 광고, 가요, 클래식 음악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엔터테인먼트와 문화 산업의 모든 분야에서 성폭력과 성희롱이 “체계적이고, 풍토병적이며, 지속적”이라고 결론을 내린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5개월간의 조사와 배우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 약 400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영화 촬영장에서 일하는 여성 스태프들은 현장에서 남성 고위 제작진으로부터 성적인 이야기를 듣거나 성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한 여성 조감독은 배우를 만나러 갔더니 그 배우가 바지를 내린 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캐스팅 과정에서 성폭행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또 어린이들은 영화와 공연 예술에서 학대받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 플루트 연주자는 음악교사로부터 “창녀처럼 보이라”는 말을 들었고, 합창단의 남성 지휘자가 단원인 소녀들의 목에 키스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산드린 루소 녹색당 하원의원은 이날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배우들이 영화산업에서 성희롱을 당했다고 말한 나이가 얼마나 어렸는지 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13살에 영화 작업을 시작했다는 한 배우는 “첫 캐스팅 당시 속옷을 벗어야 했다”며 배우 생활을 하는 내내 성관계를 요구하는 감독들에게 “아니오”라고 반복해서 말해야 했다고 말했다.
하원 조사위원회는 18세 미만의 배우와 모델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배우들의 소속사와 캐스팅 절차에 대한 규제 개선 등 약 90개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권고안에는 영상과 패션 사진에서 미성년자의 성애 장면 금지, 미성년자가 포함된 성애 장면을 촬영·공연할 때 ‘미성년자 코디네이터’ 참여 의무화 등이 포함됐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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