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닥친 재앙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의지는 때로 기적을 만들어냅니다. 미얀마를 강타한 끔찍한 지진 현장에서 75세 심장병 환자와 16·13세 두 소녀가 함께 써 내려간 생존 드라마는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전합니다. 국민일보는 3일 미얀마 강진으로 고통받는 현지에서 A 한인선교사를 통해 들은 감동적인 스토리를 전합니다.
이 이야기는 재난 속에서도 빛나는 인간의 의지와 사랑, 그리고 희망을 보여줍니다.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꺼지지 않는 생명의 불꽃과 서로를 지키려는 가족의 끈끈한 연대가 만들어낸 감동의 순간이었습니다.
“아내와 어린 아들이 외출했을 때였습니다. 스카이빌라 6층에 어머니와 딸들만 남아있었죠.” 이 가족의 아버지는 그날을 떠올리며 말했다. 첫 번째 지진이 발생하자 할머니 방의 벽이 무너졌고 상황은 순식간에 악화됐다.
두 소녀는 지진을 느끼자마자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달려갔다. “할머니 방 문이 열리지 않았어요. 있는 힘을 다해 문을 열었을 때 할머니의 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계셨습니다.” 간신히 할머니를 찾아낸 소녀들은 “할머니 도망가야 해요”라고 외치며 셋이 팔을 붙잡고 비상 계단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들은 더 큰 시련을 맞았다. 탈출 중 건물 아래 부분이 무너져 세 사람은 잔해 속에 갇히고 말았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소녀들은 놀라운 침착함을 보였다. 그들은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으로 비디오를 찍기 시작했다.
“만약 우리 모두 죽게 되면 우리 휴대폰을 발견한 뒤 부모님들이 보실 수 있도록 폰 잠금 장치를 풀어놓았어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이들의 냉철한 판단력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구조팀이 도착했을 때 희망의 불씨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구조 작업은 쉽지 않았고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우리들과 할머니를 남겨두지 마세요”라고 간절히 외쳤지만 구조팀에게 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은 소녀들은 어둠 속에서 돌들을 헤치며 구조대원이 놓고 간 망치를 발견했다. “구조대원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우리들이 먼저 나갈 수 있도록 애를 쓰기 시작했어요.”
심장병으로 호흡 곤란을 겪고 있던 할머니는 “손녀들아 나를 혼자 놔두지 말아라”고 애원했다. 동생은 부러진 나무 널판지로 할머니에게 부채질을 해드리며 최선을 다했다. “할머니를 위해 큰 구멍을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돌들이 너무 컸어요. 저희들 둘이 뚫을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머리가 나올 만큼의 구멍을 만들어냈다. 구조대원들이 도착해 소녀들을 구출했지만, 할머니는 여전히 잔해 속에 남아있었다. “할머니를 구해주세요”라고 간청하자 구조대원은 “아무 걱정 말아요. 이미 구멍이 있는 것을 알고 있으니 꼭 구해줄게요”라고 약속했다.
병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후, 소녀들은 마침내 할머니도 구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진 발생 하루 뒤인 지난달 29일 이들 세 명은 모두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강한 정신력으로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낸 저희 어머님과 딸들에게 매우 감사합니다.” 아버지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전혀 소망이 남아있지 않을 때 가족이 함께 살아남을 수 있도록 허락하신 신께 감사드립니다. 포기하지 않고 밤새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과 구조 단체에 감사드립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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