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정규 시즌이 2일 한화생명e스포츠와 젠지의 맞대결로 개막했다. 2월 말 끝난 LCK컵 이후 1달 넘게 솔로 랭크와 스크림을 거듭하며 빚어낸 메타 해석과 챔피언 티어 정리를 팀들이 팬들 앞에 선보일 시기가 왔다.
시즌 초 가장 화제가 되는 챔피언은 나피리다. 최근 스킬 변경 등이 이뤄지고 정글러로 리워크됐다. 늘 그렇듯, 리워크 챔피언은 OP 챔피언 목록에 오른다. 이미 앞서 개막한 다른 지역 리그와 LCK 챌린저스 리그(LCK CL)에서 나피리의 파괴력이 입증됐다.
나피리는 LCK 개막전에서도 1세트 블루 1픽으로 뽑혔다. 레드 사이드의 젠지가 블루 3밴으로 나피리가 아닌 그웬을 밴하자 한화생명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피리를 가져갔다. 젠지는 나피리를 내주는 대가로 제이스와 미스 포춘을 챙겼다.
하지만 한화생명의 청사진과 다른 양상의 게임이 펼쳐졌다. 예나 지금이나 나피리의 강점은 강한 교전 능력이다. 초중반부터 싸움이 자주 벌어지는 지저분한 게임에서 활약하기 쉽다. 젠지가 난투 상황을 요리조리 피하고 라인 갱킹을 통해 일방적 득점만 올려 승점을 챙겼다.
‘피넛’ 한왕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나피리는 잘 커야, 싸움을 해야 하는 챔피언이다. 싸움을 못 한 채로 게임이 중후반까지 흘러간 점이 아쉽다. 싸움터를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인규 감독은 “준비해왔을 땐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막상 해보니 밴픽과 티어 정리에 아쉬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반대로 ‘쵸비’ 정지훈은 “상황에 맞춰서 싸움을 피하고 (힘을) 반대로 돌리는 플레이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밴픽 조합에 신경을 많이 써서 게임이 편하고 (경기력이) 좋았다”고 말했다. 승자도, 패자도 비슷한 흐름을 직감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이어서 열린 DRX 대 DN 프릭스전에선 양 팀 모두 레드 사이드 1밴을 나피리에 투자했다.
나피리는 바이의 카운터일까?
재밌는 건 이날 경기에서 정상급 프로팀의 구도 해석이 보편적인 시각과 달랐단 점이다. 나피리는 ‘무리의 부름(W)’을 쓰면 지정 불가 상태가 된다. 바이는 자신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정지 명령(R)’을 무효화하는 챔피언을 싫어한다. 모르가나가 ‘칠흑의 방패(E)’로, 비에고가 ‘심장 파괴자(R)’로 바이를 바보로 만드는 장면은 이미 앞선 대회에서 여러 번 나왔다. 표면적으로는 나피리가 바이 상대로 우위를 점하는 이유다.
고수진 해설도 이날 밴픽 단계에서 “나피리 티어가 올라오면서 바이의 티어가 상대적으로 내려갔다. 나피리가 바이의 하드 카운터로 작용한다”거나 “정글에서 만났을 때 나피리가 정지 명령을 흡수할 수 있어 (바이가)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사이드쪽 힘을 실어준다는 측면에서는 바이의 힘이 산다”고 말했다. 이현우 해설도 “매커니즘상 (바이가) 불편한 구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화생명과 젠지는 바이가 OP 챔피언의 캐리력을 억제할 만한 카드라고 보는 듯하다. 한왕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나도 나피리를 상대할 챔피언을 몇 가지 생각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이였다”고 말했다. 젠지 김정수 감독도 김정수 감독도 “나피리와 스카너가 좋은 챔피언이긴 하지만 바이와 신 짜오도 좋은 챔피언이다. 나쁜 교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승현 전 해설은 자신의 개인방송에서 “나피리 상대로 바이가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나피리가 막상 (바이와 붙으면) 정지 명령을 흡수하기가 어렵다. 나피리가 들어가는 거리는 바이의 금고 부수기(Q)가 닿는 거리다. 금고 부수기에도 (나피리가) 스킬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나피리는 초반에 강하지만 같이 싸울 챔피언을 밴하면 힘이 빠진다”면서 젠지가 초반 2대 2 교전에 강한 라이즈 사일러스를 밴한 데 주목했다.
영겁의 지팡이·리안드리의 고통 아리 LCK 첫 등장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아리의 영겁의 지팡이→리안드리의 고통 아이템 트리도 이날 LCK에서는 처음 등장했다. 악의의 궁극기 가속 효과를 포기하는 대신 전반적인 챔피언의 체급을 높이는 이 빌드는 솔로 랭크에서 입소문을 타더니 프로 선수들의 선택까지 받게 됐다.
정지훈은 이날 1세트에서 ‘제카’ 김건우의 오로라를 상대했다. 그는 루비 수정→암흑의 인장→억겁의 카탈리스트→방출의 마법봉 순으로 구매해 영겁의 지팡이를 1코어로 맞췄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영겁 아리가 챔피언 매치업에 따라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있다”면서 “지금은 웬만해서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빌드는 기존 악의 트리와 장단점이 확연히 달라 프로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평이 엇갈린다. 지난 1일 디플러스 기아와 DN의 LCK CL 경기 3세트에서 ‘가든’ 설정원이 새 아이템 트리를 선택하자 김동준 해설은 “의견이 분분한 모양이다. ‘그래도 악의를 가는 게 좋다’는 의견과 ‘승률이 입증한다’는 분석이 있다”고 말했다.
신정현 해설은 “영겁 트리는 초반 템포를 올리는 게 아니다. 영겁과 리안드리까지 갖춘 중반 타이밍에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솔로 랭크 기준으로는 아리를 가져간 팀의 게임이 잘 풀렸을 때 악의 아리보다 영겁 아리가 상대하기 껄끄러웠다”고 덧붙였다.
‘풍연’ 이종혁이 오리아나로 설정원을 거세게 압박하고, 오브젝트 전투에서 DN이 대승해 설정원의 성장에 제동이 걸리자 김동준 해설도 “영겁의 지팡이는 양날의 검이다. 아이템이 빨리 나오면 ‘대박’이지만 성장이 막혀서 아이템이 늦게 뽑히면 ‘언제 10스택을 쌓느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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