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한국에 25% 등 전세계를 상대로 한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은 20~30%의 높은 관세를 부과받았다. 예상보다 높은 관세 부과에 전세계 무역 전쟁이 격화할 전망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자리 잡은 자유 무역의 근본을 뒤흔드는 관세 전쟁이 막을 올렸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주요 무역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직접 발표했다. 한국은 25%가 부과됐다. 중국은 34%, 유럽연합(EU)은 20%, 일본은 24%, 인도는 26%의 관세를 부과받았다.
트럼프는 영국 등 모든 무역 상대국의 수입품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주요 무역 상대국에는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국가별 상호 관세율을 책정했다.
한국은 기본관세 10%에 15%가 더해져 총 25%의 관세를 부과받게 됐다. 한국은 현재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고 있어서 사실상 관세가 없다. 하지만 트럼프의 관세 발표로 한미 FTA는 사실상 휴지조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한국의 비관세 장벽 등을 근거로 한국이 미국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날 비관세 장벽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직접 거론했다. 트럼프는 “한국, 일본과 다른 매우 많은 나라가 부과하는 모든 비(非)금전적 (무역)제한이 어쩌면 최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팔리는 자동차의 81%는 한국산이고, 일본에서는 94%가 일본산”이라며 “도요타는 미국에서 100만 대 이상의 외국산 자동차를 팔고 있지만, 제너럴모터스(GM)는 거의 팔지 못하고, 포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지난달 말 국가별 무역장벽 연례보고서를 내고 한국의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 국방 분야의 절충 교역 규정, 디지털 무역 장벽 등을 비관세 장벽으로 제시한 바 있다.
트럼프가 발표한 상호관세는 5일 0시 1분부터 발효된다. 상호관세와 별도로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는 3일 오전 0시 1분 발효된다.
백악관은 상호관세가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 기존에 관세가 부과된 품목에는 추가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과 무역협정(USMCA)을 맺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도 USMCA 적용 품목에 대해서는 계속 무관세가 유지된다. 백악관은 상호관세 시한에 대해 “무역 적자와 근본적인 비호혜적 대우로 인한 위협이 해결되거나 완화됐다고 판단할 때까지 유지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발표에서 “4월 2일은 미국 산업이 다시 태어난 날, 미국의 운명이 되찾은 날, 그리고 우리가 다시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기 시작한 날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역에 관해서는 적보다 친구가 더 나쁘다”라며 우방과 적대국 구별 없는 관세 전쟁을 선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발표한 상호관세에 대해 “보편관세와 국가별 관세율의 조합”이라며 “이 계획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기타 국가들이 1947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체결해 이후로 볼 수 없었던 규모의 미국 무역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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