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억류된 경험을 딛고 통일한국을 위한 사역을 이어가는 김학송(62) 선교사를 만났다. 고된 억류 생활로 건강이 악화됐고 지난해 파킨슨병 진단까지 받았지만 그의 눈빛은 통일을 향한 사명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는 지금도 북한의 복음화와 복음 통일을 위해 기도하며 걸어가고 있다.
김 선교사는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근처 카페에서 통일한국을 향한 비전을 나눴다. 그는 “탈북민 자녀 세대가 평양으로 돌아가 통일한국을 재건할 세대”라며 “성경에서도 하나님은 여호수아 세대를 통해 가나안을 정복하게 하셨고,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스룹바벨 세대가 예루살렘 성벽을 세우게 하셨다”고 말했다.
중국 연변 출신 조선족이었던 그는 연변 도문시에서 농업기술부문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생계를 위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미국에서 최초로 목사안수를 받은 최민 목사의 전도로 예수님을 영접했다. 이후 그는 월드미션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세계복음선교연합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으며 목회자의 길을 걸었다.
그러던 중 로마서 9장 1~3절 말씀을 통해 “동족인 북한 동포의 구원을 위해 나의 삶을 바쳐야겠다”는 사명을 깨달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하며 북한에 들어갈 기회를 기다렸다. 그러다 2014년 평양과학기술대학 농생명학부 실험농장 책임자로 초청받으며 북한 사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북한에서 그는 벼 이식재배 실험과 겨울철 채소 재배 등 농업기술을 전파하며 학생들과 교류했다. 공개적으로 전도할 수는 없었지만 북한의 기독교적 배경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신앙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인 기숙사 회의실에서 몰래 드렸던 새벽예배가 도청되면서 2017년 5월 6일,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 그는 ‘반공화국 범죄행위’ 혐의로 1년간 북한 보위부 구치소에 억류됐다.
그가 처음 70일 동안 겪은 환경은 혹독했다. 하루 18시간씩 자백서를 쓰며 식사, 화장실, 수면까지 철저히 통제당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독방에서 습기와 추위, 벌레에 시달렸고 식사도 곰팡이가 핀 오이와 무짠지, 돌이 섞인 탄 쌀밥뿐이었다”며 “몸과 마음이 무너졌었다”고 회상했다.
2018년, 미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과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의 방북으로 석방되기까지 그의 유일한 버팀목은 신앙이었다. 그는 욥기 23장 19절, 예레미야 33장 2~3절, 시편 126편 등의 성경구절을 하루에도 몇 번씩 암송하며 기도했다. 밤마다 두 팔을 들고 방안을 돌며 간절히 기도하기도 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캄캄하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과정에서도 하나님은 나와 함께 하심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아직도 북한에 억류된 6명의 한국인에 대한 한국교회와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관심을 요청했다. 그는 “기도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과거 서독이 동독 정치범 수용소에 있던 만여 명의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해 협상하고 지원했던 것처럼 한국도 억류자 문제를 적극 언급하고 석방을 촉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석방 이후 김 선교사는 글로벌선교공동체(GMCC) 선교회 총무로 활동하며 탈북민 자녀들을 위한 장학사업과 ‘스룹바벨 통일비전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1회 캠프는 2023년 미국 LA에서 열려 탈북민 청소년들에게 신앙 훈련과 견학 기회를 제공했다. 올해 여름에도 미국에서 30명의 탈북민 2세들을 대상으로 2회 캠프가 열린다.
그는 “이민 자녀 세대로서 정체성 혼란을 겪었지만, 미국에서 예수님을 만난 후 진정한 조국은 통일대한민국임을 깨달았다”며 “나와 같은 미국과 중국, 한국 등 세계 각국에 있는 탈북민 2세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북한 선교의 비전을 품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16년 평양 입국 전 중국에서 만난 탈북 고아 ‘춘화’였다. 당시 12살 소녀였던 춘화의 엄마는 탈북 시도로 정치범 수용소에 갇혔고, 아빠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폐결핵을 앓던 그녀는 결국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김 선교사는 “크리스마스 때마다 춘화와 같은 고아 친구들이 떠오른다”며 “북한과 중국에는 아직도 수많은 춘화가 있다. 이를 기억하며 기도하고 그들의 친구가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춘화가 세상을 떠난 이후 크리스마스 때 그를 기억하며 작성했던 편지(사진)를 공개했다.
“그 당시 내가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기도밖에 없었다. 너의 발을 붙들고 간절히 기도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낫기를 외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네가 힘겹게 ‘아멘’이라고 외쳤던 그 순간, 나는 확신한다. 네가 천국에서 고침을 받았고 주님의 품에 안겨 있을 것을.”
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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