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게임사 주총 키워드는 이것

국내 게임 업계가 최근 진행한 주주총회에서 자체적으로 신작을 개발하고 지식재산권(IP) 발굴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신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본업인 게임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를 쥐고 주주들 앞에 선 게임사 대표들은 여러 갈래로 게임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상장 후 처음 약 1100억대 영업 적자를 기록한 엔씨소프트는 ‘기본’으로 돌아가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겠다고 했다. 박병무 엔씨 공동대표는 지난달 26일 정기 주총에서 “회사는 작년에 일부 신작을 출시했음에도 주주 여러분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경영진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 “기술적 혁신과 이용자 소통을 기반으로 재밌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모든 직원이 한 방향으로 움직였던 과거의 모습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엔씨가 지속해온 자체 게임 개발에 집중하는 동시에 인수·합병(M&A)도 강화한다. 박 대표는 “내년에 출시될 자체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 게임 모두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술성, 게임성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전사적으로 기술적, 게임성을 평가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완성도 기준을 높여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M&A를 통해 큰 장르별 클러스터를 형성하려고 한다”면서 “새 장르에 대한 퍼블리싱 역량 강화를 위해 필요 인재를 대내외적으로 확충했고 별도로 추가 선임작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최고의 성적을 낸 크래프톤 또한 자체 개발 및 퍼블리싱에 역량을 집중한다. 자사의 효자 IP인 ‘배틀그라운드’를 잇는 빅 IP 프랜차이즈 확보가 목표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같은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게임이라는 게 결국은 IP가 중심인 산업”이라면서 “배틀그라운드 IP에 맞먹는 크기의 대형 IP를 더 확보해야 기업 가치가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30개 이상의 글로벌 회사에 마이너 투자해 성장성을 지켜보고 있다. 자체 개발비 역시 연간 최대 3000억원까지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프트업은 지난달 27일 코스피 상장 후 첫 주주총회를 열고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를 연임하면서 기존작과 함께 신작 개발에 몰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지난해 7월 공모가 6만원에 상장한 시프트업은 이날 종가 기준 5만2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 대비 12.5% 하락한 수치다.

김 대표는 “신규 IP ‘프로젝트 위치스’의 개발과 기존 IP인 ‘승리의 여신: 니케’ ‘스텔라 블레이드’ 등 고도화에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라이브 서비스 콘텐츠의 차별화와 크로스 플랫폼 전략을 통해 향후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펄어비스는 약 7년간 갈고 닦은 ‘붉은사막’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허진영 펄어비스 대표는 “붉은사막은 올해 4분기로 출시를 예정한 만큼 연간 다양한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 출시에 차질이 없도록 일정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올해는 기존 게임의 라이브 서비스를 한층 더 강화하고 차기 신작들의 성공적인 출시를 위한 준비를 지속해서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1년 만에 단독체제 출범을 알린 김병규 넷마블 대표는 전날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회사가 재도약을 이루는 중요한 변곡점의 시기”라면서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등 총 9종의 신작 출시를 통해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 기반을 마련하고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를 한층 더 견고히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가상화폐 ‘위믹스’ 해킹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위메이드는 필사적으로 상장 폐지를 막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위메이드는 지난 2월28일 90억원대 위믹스 해킹 사건으로 2022년에 이어 또다시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내 5대 거래소는 위메이드가 사고 발생 나흘 후에야 해킹 사실을 알린 점을 문제 삼아 현재 상장 폐지를 검토 중이다. 김석환 위믹스 싱가포르 대표는 지난달 28일 주주총회에서 “위믹스가 상장폐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위믹스 해킹에 홀더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업계 AI 분야의 선봉장에 선 크래프톤은 AI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글로벌 게임 산업을 선도하겠다고 자신했다. 김 대표는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확장 가능한 게임성을 실험 중이며 혁신적인 게임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넷마블은 자회사 넷마블네오의 상장 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김 대표는 “넷마블네오가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정도의 경쟁력이 필요하다. 자회사가 넷마블에 이바지하는 바가 명확해야 원칙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넷마블네오 상장이 권영식 전 대표의 지분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넷마블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며 “특정 임직원의 이익을 위해 주주 이익을 외면하고 상장 결정을 추진하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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