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의 DJ 배철수는 35년째 변함없이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배캠)를 진행 중이다. 35년간 한 차례도 진행자가 바뀌지 않았다. ‘단일 라디오 프로그램 최장수 DJ’ 타이틀을 가진 배철수는 여전히 라디오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고 했다.
‘배캠’의 35주년을 기념해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서 25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배철수는 “‘배캠’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시간은 애청자뿐 아니라 제게도 정말 소중한 시간”이라며 “‘세상모르고 살았노라’라는 제 대표곡 제목처럼 끝까지 가보고 싶다. 청취자들이,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팝 음악 전문 방송으로 시작한 ‘배캠’은 1990년 3월 19일 첫 방송을 시작해 올해 35주년을 맞았다. 과거 두 차례 ‘배캠’의 PD를 맡았던 남태정 총괄PD는 “동양권에서 팝 음악 프로그램을 오래, 꾸준히 제작하는 것은 정말 희귀한 일”이라며 “배철수 선배님의 자기관리와 일관성 덕분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배철수는 오후 6시 라디오를 진행하기 위해 2시간 전부터 MBC에 출근한다. 청취자와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마음가짐도 처음과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청취자로부터 신뢰를 잃는 순간 프로그램은 끝난다”며 “생방송을 하다 보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전부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면 나중에 결국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된다. 후배들에게도 거짓말하지 말라고 조언한다”고 했다.
‘배캠’은 35주년 특집 방송을 준비한다. 배철수가 근속 휴가를 떠나는 4월에는 후배 뮤지션인 옥상달빛, 윤도현, 유희열 등이 일일 DJ로 나선다. 오는 7월에는 음악축제 ‘롤라팔루자 시카고’ 현장을 찾아 생방송을 진행한다.
배철수는 최근 40년 만에 솔로 앨범 ‘플라이 어게인’도 발표했다. MBC 대학가요제 입상작인 ‘탈춤’을 비롯해 밴드 ‘활주로’로 발표한 곡과 송골매 초기 작품 등 11곡을 묶었다. 배철수는 “마침 35주년이 됐으니 청취자들께 이걸 녹음해서 선물로 드리면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었다”며 “앨범 제목은 ‘플라이 어게인’이지만 이 음반으로 다시 정상으로 날아보겠다는 생각은 없다. 마지막으로 내 음악 인생을 정리하는 앨범이고, 앞으로는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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