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부부는 작품에서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한 이후엔 같은 작품 출연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자칫 관객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뮤지컬계의 대표적 배우 부부인 김소현-손준호는 2018년 ‘명성황후’에 동반 출연한 뒤 이 작품을 대표하는 페어(배우 조합)가 됐다. 실제로 초연 30주년 기념 공연 중인 ‘명성황후’(~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이후 5월 말까지 7개 도시 투어)에서 김소현-손준호 부부가 명성황후와 고종으로 출연하는 회차가 가장 인기 있다. 김소현·손준호 부부를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관객이 몰입하기 힘들 것 같아서 오랫동안 부부 동반 출연을 피했어요. 특히나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왔던 만큼 공연에 영향을 줄까 봐 걱정했습니다. 그러다가 2018년 제작사 에이콤의 설득으로 ‘명성황후’에서 처음 부부 동반 출연 했을 때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지금에 이르게 됐어요.”(김)
“관객분들이 작품에서 저희를 그저 부부가 아닌 극 중 캐릭터로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행운이라고 생각해요.”(손)

김소현과 손준호 부부는 2010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통해 만나 이듬해 결혼했다. 성악 전공자인 두 사람에게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 데뷔작이다. 다만 김소현은 2001년 ‘오페라의 유령’ 라이선스 초연에서 크리스틴 역으로 데뷔했고, 손준호는 2010년 ‘오페라의 유령’ 라이선스 재연에서 라울 역으로 데뷔했다. 공연계에서 화제가 됐던 결혼 이후 두 사람은 같은 작품에 출연하는 걸 최대한 피해다. 2013년 ‘삼총사’와 2015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부부가 출연한 적 있지만, 같은 날 무대에 서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김소현이 2015년부터 출연한 ‘명성황후’에 손준호가 2018년 합류하면서 부부동반 출연이 처음 성사됐다.
“2018년 3월 ‘명성황후’ 개막공연에 저희 부부가 함께 무대에 처음 섰는데요. 당시 공연 시작 전에 잘할 자신이 있던 저와 달리 소현 씨는 긴장과 불안으로 ‘잘해야 해’라는 말을 반복했던 게 기억나요. 하하.”(손)
“준호 씨가 늘 침착한 것과 달리 저는 데뷔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공연 전에 떨리는 건 여전해요. 2010년 준호 씨의 데뷔 무대가 생각나는데요. 당시 상대 역이 저였거든요. 준호 씨가 시즌 중간에 합류했기 때문에, 저는 당시 신인 배우인 남편이 첫 공연 중 실수할까 봐 엄청나게 걱정했어요. 그런데, 본인은 막상 데뷔 무대인 데도 전혀 떨지 않더라고요.”(김)
그런데, 부부가 처음에 ‘명성황후’ 동반 출연을 거절한 이유로 역사적 인물을 다룬 작품이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아무래도 비극적인 한국 근대사를 다루는 데다 명성황후와 고종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배우 입장에서 흥미로우면서도 부담이 됩니다. 명성황후의 과오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아들이 물려받을 나라를 나쁘게 만들려고 하지는 않았을 거 같아요. 그런 생각으로 명성황후 역할을 해석하다 보니 애정과 연민이 생겼습니다.”(김)
“명성황후는 고종에게 의지가 되는 동반자였어요. 정치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점이 우리 부부와 비슷한 거 같아요. 특히 명성황후가 고종보다 한 살 연상인데, 우리 부부도 아내가 저보다 연상이잖아요. 저도 고종처럼 아내의 말을 잘 들으려고 합니다.”(손)
김소연-손준호 부부는 2018년 뮤지컬 ‘명성황후’ 이후 뮤지컬 ‘엘리자벳’에서도 엘리자벳과 요제프 3세 부부로 동반 출연 했다. 실제 부부로서 무대에 함께 출연하는 장단점을 묻자 부부 모두 장점만을 이야기했다.
“저는 감성적이고 감정 기복이 큰 편이에요. ‘명성황후’ 출연하면 공연마다 죽는 연기를 해야 합니다. 공연 중에 울컥해서 노래하기 힘들 때도 있는데요. 준호 씨까지 나랑 비슷했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은데, 남편은 얄미울 정도로 기복이 없어요. 작품 속에 빠진 저를 일상으로 데려오는 존재예요.”(김)
“같은 작품에 출연할 때 연습 기간 혼자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집에서 함께 고민하며 답을 찾을 수 있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소현 씨는 정말 배울 점이 많은 배우이기 때문에 함께 있으면 든든합니다. 아내 덕분에 뮤지컬에 대한 제 애정이 깊어졌다고 생각해요.” (손)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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