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자민당의 상품권 스캔들 여파가 전직 총리들에게로 확대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 이어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도 차관급 정무관들에게 상품권을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다. 도쿄도의회 선거와 참의원(상원) 통상 선거를 앞두고 총리 교체론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시바를 대체할 마땅한 대안도 없어 자민당 내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9일 복수의 자민당 관계자들을 인용해 기시다 전 총리 재임 당시 총리 관저에서 열린 정무관 간담회에서 10만엔 상당의 상품권이 배포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정무관은 차관급 정무직공무원으로 의원들이 주로 임명된다.
지난해 비자금 스캔들 이후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자민당은 ‘상품권 스캔들’까지 커지며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이시바 총리는 3일 자민당 초선 의원 15명과 간담회에서 10만엔 상당의 상품권을 건넨 사실을 인정한 뒤 지지율이 폭락한 상태다.
기시다 전 총리 측은 이와 관련해 “개인적인 사교 모임, 정치 활동 모임 등 다양한 모임이 있지만 모두 법령에 따라 적절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아사히는 “이와 같은 행위가 이전부터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언”이라며 “자민당 내에서 (상품권 배포가) 관행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아사히가 전직 총리들에게 상품권 배포 여부를 질문한 결과,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선물을 드린 적은 있지만 법령의 범위 내에서 적절히 하고 있다”고 명확한 답변을 피했으며 아소 다로 전 총리도 “노 코멘트”라고 밝혔다.
이시바 사퇴론에도 ‘대안’ 없다

상품권 스캔들이 확산하자 자민당 내에선 총리 교체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6월 도쿄도의회 선거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내 의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까닭이다. 니시다 쇼지 참의원 의원은 “올해 예산안이 통과되면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오야마 시게하루 참의원 의원도 “진퇴를 포함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립 여당을 이루고 있는 공명당도 자민당 관계자와의 간담회에서 “장기 집권의 오만”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시바 총리는 상대적으로 청렴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비주류임에도 불구하고 총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자민당이 받는 타격은 더 큰 상황이다. 한 자민당 의원은 “기시다 정권 말기보다 당에 대한 역풍이 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시바를 대체할 만한 인사가 없다는 점이 자민당의 딜레마다.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2위를 차지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강경 보수 성향으로 인해 중도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3·4위를 차지했던 고이즈미 신지로와 하야시 요시마사는 각각 자민당 정치개혁본부 사무국장, 내각 관방장관을 맡고 있다. 이시바의 우군인 셈이다.
이시바 총리의 정적인 아소 전 총리는 17일 아소파 간부들을 소집해 당내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지만 참석자들은 ‘이시바 끌어내리기’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시바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2027년 9월까지다. 임기 도중 총리를 끌어내리려는 시도가 자칫 내분으로 이어져 자민당 존립 기반을 완전히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선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권이 내각불신임안을 가결해주길 내심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야권은 내각불신임안 제출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낮은 지지율에 시달리고 있는 이시바 내각이 향후 선거에서 상대하기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이시바 총리의 정치윤리심사회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6~7월 선거 전까지 정치 자금 문제를 끌고 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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