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국립대에 기부하고 싶었다”…충남대에 40억 기부한 80대

Է:2025-03-19 16:06
ϱ
ũ
윤근(가운데) 여사와 충남대 관계자 등이 19일 충남대에서 발전기금 전달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남대 제공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산업화 시기를 거치며 격동의 삶을 살아 온 88세 노인이 평생 모은 4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충남대에 기부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충남대는 윤근 여사가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40억원 상당의 본인 소유 건물을 충남대에 기부했다고 19일 밝혔다. 개인 기부로는 1990년 50억원 상당의 부동산과 현금 1억원을 기부한 ‘김밥 할머니’ 정심화 이복순 여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윤 여사는 1937년 충청남도 청양군 장평면에서 태어났다.

농사꾼인 부모님, 언니 2명과 살던 그는 3살이 되던 때 어머니를 여의었다. 아버지가 자녀 셋이 딸린 새어머니를 들인 이후에는 형편이 어려워졌다. 초등학교 입학조차 꿈꾸지 못했던 그는 농번기에 농사일을 돕고 농한기에는 산에서 주운 땔감을 내다 팔았다.

13세에 아버지마저 돌아가신 이후에는 언니들로부터 가끔 보살핌을 받았지만 결국 남의집살이를 해야만 했다.

17세가 되던 해 이웃 동네 중석(텅스텐) 광산의 인부와 결혼했음에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19살에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도자기 공장, 행상 등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또래 청년들은 대학을 다녔지만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못했기에 공부는 꿈도 꾸지 못했다. 독학으로 배운 한글을 읽는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

쉽지 않은 서울 생활에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열었던 옷가게는 잠시나마 잘 됐지만 건강을 앗아갔다. 고된 노동으로 잃은 건강은 세 차례의 유산으로 이어졌다. 결국 남편이 새 아내를 들이면서 가족으로서의 자리마저 잃게 되자 그는 다시 상경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서른 중반쯤이었던 1970년, 이웃으로부터 ‘부산은 서울보다 일자리도 많고 따뜻해 그나마 살기 나을 것’이라는 말을 전해들은 그는 단돈 500원을 들고 무작정 부산으로 내려갔다.

강한 생활력을 바탕으로 차곡차곡 돈을 모은 윤 여사는 10년 만에 부산 영도 남항 인근에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2층짜리 ‘동남여관’을 인수했다. 여관이 날로 번창하자 리모델링을 거쳐 1995년 같은 자리에 6층 규모의 새 건물을 지었다.

30년 간 자신만의 사업을 꾸린 윤 여사는 영도 일대에서 자수성가한 인물로 유명 인사가 됐다. 그리고 88세를 맞아 자신의 현재와 역사가 담긴 동남여관을 충남대에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윤 여사는 “먹고 살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했다. 동남여관에는 내 인생이 모두 담겨 있다”며 “가정 형편이 어려워 힘들게 공부하는 학생들이 공부에만 집중해 훌륭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남대 발전기금재단은 윤 여사로부터 기부받은 부동산을 교육시설, 수련원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정겸 충남대 총장은 “윤근 여사님의 인생은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민의 삶을 그대로 담고 있는 역사 그 자체”라며 “여사님의 뜻을 받들어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