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서 활동하는 ‘코리안 시스터스’를 향한 국내 골프 팬들의 관심과 기대가 작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른바 ‘윤이나 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윤이나(21·솔레어)는 LPGA투어 퀄리파잉 시리즈를 거쳐 올 시즌부터 LPGA투어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작년에 KLPGA투어에서 대상, 상금왕, 평균타수 등 주요 개인상을 휩쓸었던 터라 그가 최근 침체국면인 한국 선수들의 우승 본능을 깨우는 매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동안 국내 최고가 LPGA투어 최고라는 등식에는 한 치의 오차가 없었다. 박세리(47)를 비롯해 최나연(37), 신지애(36), 유소연(34), 박성현(31), 전인지(30), 고진영(29) 등이 그것을 입증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성적만 놓고 보면 LPGA투어 최강 군단으로 투어를 호령했던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다. 2015년, 2017년, 2019 시즌에는 한 시즌 최다승인 15승을 합작하면서 막강 화력을 자랑했다.
심지어 LPGA투어 한 시즌 역대 최소인 18개 대회 일정으로 치러진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7승을 합작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성적은 2022년 4승, 2023년 5승, 2024년 3승 합작으로 기대 이하였다.
미국을 위시한 해외 선수들의 두드러진 활약, 그중에서도 중국과 태국, 일본 등 아시아 출신 선수들의 괄목할만한 성장세가 한국 선수들의 입지를 위축시킨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KLPGA투어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지면서 국내 강자들이 LPGA투어 진출 자체를 꺼리는 양태 또한 최근 한국 선수들의 성적과 직결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그런 점에서 작년 시즌 국내 1인자였던 윤이나의 LPGA투어 진출은 유의미하다. 우선은 끊어진 신인왕 계보를 이을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LPGA투어 신인상은 1962년에 시작됐다. 생애 단 한 번밖에 기회가 없다는 이 상을 최초로 수상한 한국 선수는 1998년 박세리다. 한국은 이후 2023년 유해란(24·다올금융그룹)까지 총 14명의 신인왕을 배출했다.
그중 2015년 김세영(31·스포타트)부터 2016년 전인지, 2017년 박성현, 2018년 고진영, 2019년 이정은(28·대방건설)까지 5년 연속 수상 기록도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LPGA투어 신인상은 한국 선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최근 양상은 그렇지 못하다. 2021년과 2022년은 태국 출신의 패티 타와타나낏과 지노 띠티꾼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23년에 유해란이 3년 만에 계보를 잇는데 성공했지만 작년에는 일본의 사이고 마오가 차지했다.
많은 팬은 내심 윤이나가 올 시즌 신인왕을 차지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비록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일본 선수들의 강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신인상 포인트 ‘톱3’는 다케다 리오, 야마시타 미유, 이와이 아키에 등 일본 선수가 차지하고 있다. 3명 모두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서 최고 자리를 다투던 선수들로서 일찌감치 윤이나와 신인상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했다.
1위 다케다는 올해 출전한 5개 대회에서 한 차례 우승 포함, ‘톱10’ 입상이 3차례나 있다. 2위 야마시타는 3개 대회에서 2차례 ‘톱10’ 입상, 그리고 3위에 자리한 아키에는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2위에 입상하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에 반해 윤이나는 2개 대회에 출전해 데뷔전이었던 파운더스컵에서는 컷 탈락, 블루베이 LPGA에서는 공동 33위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었다.
지난 2월 중순 PIF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에서 공동 4위에 입상했으나 LPGA투어 대회가 아닌 유러피언투어(LET) 대회였다. 현재 윤이나의 신인상 포인트는 17점으로 293점인 1위 다케다에 276점 뒤져 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샷감이 올라 오지 않는다는 게 더 걱정이다.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는 254.5야드로 전체 83위다. 1위(287.25야드) 훌리아 로페스 라미레스(스페인)와는 30야드 이상 차이가 난다. 게다가 정확도는 절반을 갓 넘긴 51.19%(146위)다.
아이언의 정확도 지표인 그린 레귤레이션은 58.33%로 전체 131위다. 그런데다 레귤러 온그린에 실패했을 때 파세이브 성공률을 가리키는 스크램블링마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46.67%(136위)다. 한 마디로 아직은 샷이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다행인 것은 그럼에도 정작 본인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윤이나는 지난 9일 블루베이 LPGA를 끝내고 일시 귀국했다가 13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에이전트인 세마스포츠마케팅은 원래 슬로우 스타터인데다 클럽, 환경 등 많은 것들이 변해 현재는 거기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라는 게 선수의 입장이라고 했다.
또 하나 긍정적 요인은 연습 때는 완전히 적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샷감이 좋다는 점이다. 다만 실제 경기에 들어가면 텐션이 올라와 연습 때와 같은 샷감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는데 그 또한 조만간 제 모습을 찾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윤이나는 작년 LPGA투어 퀄리파잉 시리즈를 마치고 나서 쇼트 게임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올겨울에 쇼트 게임 위주로 훈련을 했다. 아직은 다양한 잔디에 대한 적응 단계라 어려움이 있지만 이 또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감을 내보인다.
LPGA투어 한국 군단은 김아림(29·메디힐)이 개막전에서 우승하면서 기분 좋게 올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팬들은 내심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그 여정에 윤이나가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이나는 오는 28일(한국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의 훨윈드GC(파72)에서 열리는 포드 챔피언십(총상금 225만 달러) 출전으로 본격적 LPGA투어 생활을 시작한다. 그가 빠른 시일 내에 적응을 마친 뒤 15번째 한국인 신인왕을 향해 거침없는 행보를 해나가길 응원해 본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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