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잖은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에 생산기지를 세웠지만 성적표는 대부분 초라했다. 중국 정부의 자국 브랜드 혜택 몰아주기와 중국인의 애국주의 소비성향이 걸림돌이었다. ‘철수냐, 추가 투자냐’의 갈림길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단 세계 1위 자동차업체 토요타는 투자를 선택했다. 중국 상하이에 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전기차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올해 초 발표했다. 그동안 렉서스는 일본에서 생산한 차량을 중국에 수출했었다. 신규 공장의 초기 생산 능력은 연간 10만대 수준이다. 2027년 가동이 목표다. 토요타는 중국 업체인 광저우자동차·디이자동차와 합작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신규 공장은 토요타가 단독으로 출자한다.
테슬라도 중국 현지 생산에 공을 들인다.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메가팩토리’가 지난달 가동을 시작했다. 테슬라가 미국이 아닌 국가에 배터리 공장을 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지 면적만 20만㎡에 달한다. 축구장 30개를 합쳐놓은 규모다.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인 메가팩 배터리를 연간 1만개가량 생산할 수 있다.
혼다는 지난해 12월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 전기차 생산 특화 공장을 세웠다. 앞서 지난해 10월 가동을 시작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 전기차 전용 공장을 합하면 중국에서 연간 24만대의 전기차 생산이 가능하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자본을 유치하려는 중국정부의 의지가 강하다. 물밑에서 몇몇 완성차업체와 현지 사업에 관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반면 닛산은 지난해 6월 중국 창저우 공장을 폐쇄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중국 공략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다만 2016년 114만2000대를 찍었던 판매량이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매년 줄고 있다. 지난해 12만5127대까지 추락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 충칭 공장을 3000억원에 매각하는 등 중국 공장을 5개에서 2개로 줄였다. 그러면서 새로 짠 전략은 현지 공장을 수출기지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올해 수출 목표를 지난해의 배인 10만대로 잡았다.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수출 영토를 확장할 계획이다. 기아는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한 물량 가운데 17만317대를 칠레·페루·사우디·베트남·필리핀 등에 수출했다.
업계에선 토요타의 중국 신규 공장 건설도 현대차그룹처럼 해외 수출까지 고려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생산 인프라가 갖춰진 중국에서 생산한 뒤 현지 판매로 소진하지 못한 물량은 생산기지가 부족한 유럽에 공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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