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즉시 멸절하소서.”
얼핏 보면 사극의 대사 같지만 최근 한 페이스북 크리스천 채널에 달린 댓글입니다. 11일, 한 목회자의 글이 공유된 후 댓글 창이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해당 목사의 정치적 견해가 채널의 주류 입장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 자는 목사가 아닙니다” “꺼져라” “정신병자” 같은 거친 말들이 쏟아졌고 심지어 하나님의 이름을 빌려 상대를 멸망하여 사라지게, 즉 죽여달라는 표현까지 등장한 겁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판결이 임박하면서 온라인 댓글 전쟁은 더욱 격화하고 있습니다. 일부 게시판에서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조직적인 여론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인신공격과 욕설이 난무하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과격한 표현이 단순한 정치적 논쟁을 넘어 신앙의 언어를 빌려 상대를 저주하고 배척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나님의 정의’를 앞세워 상대를 공격하는 댓글은 선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김선일 웨신대 선교학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날은 공적인 공간에서 신념과 종교가 경쟁하는 시대”라며 “온라인 댓글도 기독교를 증언하는 공간인데 신앙을 내세운 과격한 언행이 기독교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위험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폭력적이고 편향된 정치적 발언을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은 선교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기독교가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종교라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인’이라는 단어가 혐오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최근 온라인 논쟁의 두드러지는 현상 중 하나입니다. ‘공산당’, ‘건강보험’, ‘경제 침략’ 같은 키워드와 결합해 무분별한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정치적 의견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중국인 아니냐’는 의심이 따라붙기도 합니다. 뚜렷한 근거 없이 중국인을 멸시하는 태도의 확산은 중국 선교에 힘 써온 한국교회에도 결코 긍정적인 신호라 하기 어렵습니다. 김 교수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회주의 확산 음모론을 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중국인 전체를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복음과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에서 3대째 살아온 대만 국적의 화교 담안유 목사도 같은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는 “초등학생 시절 동네 친구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했던 수준의 논쟁이 온라인에서 재현되고 있다”며 “외국인은 저항할 수 없는 대상이다. 이런 무분별한 혐오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기독교 복음은 차별이 없는 것인데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신앙보다 이데올로기가 앞서는 모습을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날 선 댓글은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 현실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악성 댓글로 인해 고통받는 연예인 공직자 기자들의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악성 댓글을 쓰는 사람만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방관하고 소비하는 우리 모두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고 경고합니다.
폴 트립 목사는 ‘SNS에서 당신은 그리스도인인가’(토기장이)에서 “우리가 온라인에서 하는 말과 반응은 신앙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며 “디지털 공간에서 사랑과 존중 없이 진리를 말하는 것은 영적으로 위험한 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또한 “진정한 신앙인은 상대를 세우는 방향으로 말해야 하며 감정적인 반응을 넘어서 그리스도의 성품을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의용 감사학교 교장은 “기독교는 생명을 살리는 종교”라며 “신앙은 결국 사랑을 실천하는 것인데 지금 온라인에서 신앙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보면 그 사랑이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혐오와 공격의 언어는 결국 그 말을 하는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며 “우리가 매일 온라인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지 돌아보고 우리의 언어가 신앙의 본질과 일치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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