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실세’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반감이 확산하면서 테슬라 관련 방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외곽의 리틀턴 경찰국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1시10분쯤 대형 쇼핑센터 부지에 있는 테슬라 충전소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소방국이 출동했다. 현장에는 여러 대의 테슬라 충전기가 불길에 휩싸인 채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대원들은 전기회사에 연락해 해당 충전소에 전기를 끊어 달라고 요청하는 등 긴급대응에 나섰다. 전기회사 담당 부서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던 중 인근에 있던 또 다른 충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총 7개의 충전기가 불에 탔다고 경찰은 전했다. 화재로 인한 부상자는 없었다.
소방국은 화재를 진압한 뒤 초기 조사에서 누군가의 의도적인 방화로 발생한 화재라고 결론 내렸다. 경찰은 방화 신고 핫라인을 통해 목격자 제보를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NBC방송, 스카이뉴스 등은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머스크에 대한 일부 미국인의 반감과 관련된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7일 콜로라도주 지방검찰청은 덴버 북쪽 러브랜드의 테슬라 딜러십 매장에 방화를 시도하고 차량을 파손한 혐의로 42세 여성을 기소했다. 그는 테슬라 매장 외벽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나치(Nazi)’라는 단어를 쓰고 인근에 주차된 테슬라 차량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이 여성은 지난달 11일 해당 건물 정면 창문에 욕설이 적힌 낙서를 하다가 경비원에게 발각되기도 했다. 수사 당국은 그의 차 안에서 방화에 쓰이는 화학물질과 빈 병 등을 발견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은 머스크는 연방기관들의 대규모 지출·인력 감축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축하행사에서는 나치 경례를 연상시키는 손동작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달 17일에는 머스크의 DOGE 활동에 반대하는 연대단체의 조직적인 시위가 미 전역 곳곳의 테슬라 매장 앞에서 열리기도 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테슬라를 대상으로 한 방화 공격이 잇따랐다. 지난달 24일 독일 베를린 외곽의 테슬라 공장 확장 관련 공사현장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고, 지난 2일 프랑스 남부 도시 툴루즈의 테슬라 매장에서도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가 발생해 테슬라 차량 12대가 불타 전소되거나 일부 파손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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