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를 4일(현지시간) 강행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추가관세를 기존 10%에서 20%로 인상했다. 캐나다는 즉각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북미 지역의 공급망 붕괴와 함께 글로벌 무역 전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는 4일 오전 0시 1분(미국 동부시간)부터 발효돼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적용됐다.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에는 10%의 관세가 적용되지만, 나머지 품목에는 모두 25%의 관세가 일괄 부과된다.
트럼프는 전날 백악관에서 대만 반도체기업 TSMC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캐나다, 멕시코에 관세가 부과된다. 그들은 관세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막판 협상 가능성을 묻는 말에 “(협상) 여지는 없다(No room left)”며 “관세는 모두 정해져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서는 총 20%의 추가 관세를 물리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4일부터 펜타닐 대응 노력 미흡 등의 이유로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중국에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이날 예고대로 중국에 대한 추가관세를 기존 10% 대신 20%로 올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는 기존 관세에 20%(10%+10%)의 관세가 가산된다.
트럼프는 관세 강행 배경에 대해 “멕시코에서 엄청난 양의 펜타닐이 유입되고 있다. 중국에서도 유입되고 있는데 중국에서 멕시코, 캐나다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또 세계 각국에 ‘상호 관세’를 다음 달 2일부터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앞서 지난달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캐나다와 멕시코 양국이 불법 이민과 마약 단속 등을 위한 국경 안보 강화에 협력하겠다고 밝히자 두 나라에 대한 관세를 1개월 유예했다. 하지만 유예 기간 종료되자, 두 나라에 대해서도 관세를 강행하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는 또 트루스소셜에 미국 농부들을 향해 “미국에서 팔릴 많은 농산물을 준비하는 일에 착수하라”며 “4월 2일부터 외국 농산물에 대해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맞대응에 나섰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부당한 결정에 묵과하지 않겠다”며 15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300억 달러 규모에 대해서는 4일부터 즉각 발효되고, 나머지 금액은 21일 후에 발효된다고 설명했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지사도 “그들이 온타리오를 파괴하려 한다면 나는 에너지 공급 차단 등을 포함해 어떤 조치라도 취할 것”이라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트럼프 본인조차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수 있다”고 말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트럼프의 관세 부과와 관련, “협력은 있겠지만 종속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TSMC의 1000억 달러(약 145조9000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발표했다. 트럼프는 “TSMC는 향후 짧은 기간에 최첨단 반도체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최소 1000억 달러를 새로 투자할 것”이라며 “신규 투자는 애리조나주에 5개의 제조시설을 건설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과 지지에 사의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TSMC의 투자가 관세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대만에서 만들고 미국으로 보낸다면 25%나 30%, 50% 등 어떤 수치가 됐든지 간에 관세를 부과받게 될 것이며 그것은 계속 올라갈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웨이 회장은 게임에서 훨씬 앞서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도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미국에 자동차 공장과 시설을 짓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면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배석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도 “TSMC가 이번에 미국에 투자한 것은 보조금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때문”이라며 “지금 여러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힘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관세 강행이 발표되자 미국 증시는 추락했다. S&P 500 지수는 1.76% 하락했고, 다우 지수도 1.48% 떨어졌다.
미국 언론은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조치는 미국이 외국산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최소 1940년대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며 “지역 공급망을 붕괴시키고 자동차부터 유축기, 채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의 비용을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케빈 해셋이 이끄는 국가경제위원회가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전하며 “정부의 다른 관계자들은 (트럼프) 1기 때의 관세가 물가를 크게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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