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조(時調)를 실은 미국 민간우주기업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이하 파이어플라이)’의 무인 달 탐사선 ‘블루 고스트(Blue Ghost)’가 한국 시간으로 2일 오후 5시34분쯤 달 표면에 착륙했다.
블루 고스트는 달에 성공적으로 착륙한 두 번째 민간 제작 탐사선이다. 달 착륙에 최초로 성공한 민간 우주선은 미국의 다른 민간기업인 인튜이티브 머신스(IM)의 ‘노바-C’ 기종 ‘오디세우스’호로, 지난해 2월 22일 달 남극 인근 지점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당시에는 착륙 직전 다리가 하나 부러져 안정된 자세를 취하지 못하고 넘어지는 바람에 임무 수행이 완벽하게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다.
이번 블루 고스트의 착륙 상황은 현장으로부터 36만㎞ 떨어진 미국 텍사스 오스틴 근처 파이어플라이 관제센터를 거쳐 이 회사와 NASA의 스트리밍 채널 등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제이슨 김 파이어플라이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것이) 시계 장치처럼” 정확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착륙 지점은 달 앞면의 북동쪽 사분면에 있는 대형 분지 ‘마레 크리시엄(Mare Crisium·위난의 바다)’ 내의 ‘몬 라트레이유(Mon Latreille)’라 불리는 고대 화산 지형 근처다. 블루 고스트는 착륙 후 30여분 만에 착륙 장소 근처 달 표면의 사진을 지구로 보내왔으며, 각종 사진을 포함한 관측 및 실험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다.
블루 고스트에는 NASA의 과학실험을 위한 10개 장비가 탑재됐다. 달 표면 흙의 샘플을 채취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흡입하는 일종의 진공청소기, 표면으로부터 약 3m 아래까지 팔 수 있는 드릴, 달 먼지를 닦아내는 장비 등이다. 이 장비들을 활용해 약 14일간 작동하며 임무를 수행하다가 달의 밤을 맞으면 작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아울러 일몰이 달의 암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데이터도 수집할 계획이다.
블루 고스트에는 과학실험을 위한 장비 외에도 세계 창작자들이 만든 시집 ‘폴라리스 트릴로지’가 실렸다. 여기에는 한국의 시조 작품 8편도 포함됐다.
한편 IM은 지난달 26일 자사의 두 번째 달 탐사 임무를 수행할 ‘노바-C’ 기종 ‘아테나’호를 발사했으며, 오는 6일 달 착륙을 다시 시도할 예정이다.
NASA는 달 탐사선을 직접 개발하기보다 민간 업체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개발하는 방식이 더 저렴하고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2018년부터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여러 업체들과 계약했다. IM의 노바-C와 파이어플라이의 블루 고스트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37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