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전문가인 조경숙 씨가 AI 산업 현황에 관해 발표한 후 한 고등학생에게 받은 질문이다.
조씨는 예를 들어가며 '대체 불가능한 직업군'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 설명이 말끔하진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학생은 이런 말을 덧붙이며 자리에 앉았다.
"솔직히 말해서 삶의 롤모델이라거나 레퍼런스 같은 게 없어진 느낌이에요. 부모님도, 선생님도, AI가 있는 시대를 살아본 건 아니잖아요."
AI의 급습에 따른 불안은 이 학생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2024년 4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직업을 가진 20∼50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33.6%가 생성형 AI로 인해 업무가 대체될 수 있으리라고 답했다. 대체 예상 시기에 대해선 70% 넘는 응답자가 10년 이내라고 내다봤다.
우리만 느끼는 불안도 아니다. 2024년 4월 미국 뉴스미디어얼라이언스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66%가 AI에 대해 '불안하다'고 답했고, 72%의 응답자는 'AI의 영향력을 제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광범위한 불안의 기저는 빠른 속도에 있다. 급속하게 전개되는 기술변화 속에서 산업계의 지형은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가령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AI 반도체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전인 2014년 108억 달러 규모로, S&P 500 지수에서 100위권 밖의 기업이었다. 그러나 AI 칩을 본격적으로 생산한 이후인 2024년에는 약 3조3천억 달러(시총 순위 2위)로 시총이 10년 만에 300배 넘게 급증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스타트업에 불과했던 모더나는 방대한 유전물질을 AI로 분석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코로나 백신 개발에 성공해 직원 9만명을 지닌 '골리앗' 화이자와 대등한 경쟁을 하기도 했다.
AI 기술이 산업계에 미치는 이 같은 급속한 영향에 정보통신업계 종사자들도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미래가 더 불투명하게 여겨진다." (AI업계 종사자)
"AI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까 봐 불안하긴 하다." (IT업계 종사자)
최근 출간된 'AI 블루'(코난북스)는 AI가 촉발한 사람들의 불안을 조명한 에세이다. AI 개발자 조경숙과 AI 연구자 한지윤이 기술에 휩쓸린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을 들여다본다.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160여명을 설문하고, 그중 10명을 만나 들은 이야기를 담았다.
하지만 불안에만 허덕일 순 없다. AI를 도약의 기회로 삼자는 주장도 있다.
최근 출간된 '넥스트 AI 비즈니스'(비즈니스북스)는 빠르게 변화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적절하게 대응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자고 제안한다.
AI는 기존 산업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챗GPT는 검색 제국 구글의 독점에 균열을 냈고, 중국 AI 기업 딥시크는 엔비디아의 아성을 흔들고 있다.
저자인 최은수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AI 석좌교수는 책에서 AI가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딥마인드의 AI 모델 '알파폴드2'는 지난 10년간 알아내지 못했던 특정 단백질 구조를 30분 만에 밝혀냈다. AI를 이용하면 인류가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됐던 암을 정복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 교수는 "AI 시대의 변화를 외면하고 자신만의 능력에 의존하는 사람은 '보통의 개인'으로 남아 결국에는 도태되고 말 것"이라며 "(AI를 이용할 줄 아는) '슈퍼 개인'이 될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진 만큼 AI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함께 진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 AI 블루 = 232쪽.
▲ 넥스트 AI 비즈니스 = 3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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