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맹추격이 시작됐습니다. 반드시 우리 전북이 역전승 할 것입니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 지사는 지난 14일 전북도청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2036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로 전북이 선정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었다. 그리고 2주일 뒤 그 자신감은 진짜로 현실이 되었다.
28일 전북자치도 전주시가 2036 하계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 도시로 선정되자 전국에서 ‘대이변’ ‘기적'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북도민은 물론 체육계와 전국 지자체들은 예상치 못했던 전북의 압승 소식에 “대반전이 일어났다”며 놀라고 있다. 유치전을 주도한 전북자치도와 전북체육회 관계자들도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며 환호하고 있다.
이번 전북의 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 도시 선정은 넉 달만에 쓰여진 한 편의 드라마다.
김 지사는 지난해 11월7일 2036년 하계 올림픽을 전북 전주에 유치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그의 기자회견에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며 싸늘한 시선까지 보냈다.
유치를 확신한 도민은 극히 적었다. 서울이 오세훈 시장을 필두로 1988년 서울올림픽 성공 개최 경험과 흑자·친환경 올림픽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나섰고 기반 시설 측면에서도 월등했기 때문이었다.
또 2023년 새만금 잼버리 파행 이후 지역에는 책임론과 무력감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북도는 지난해 말부터 대한체육회 대의원들의 여론 흐름을 주시하며 분위기 반전을 모색했다. 특히 김 지사와 정강선 전북도 체육회장은 대의원들과 접촉면을 넓히면서 전북의 올림픽 유치 필요성과 강점을 적극 알렸다.
전북도는 이 과정에서 ‘지방도시 연대’를 집중적으로 내세웠다. 올림픽을 통해 지역 불균형을 해소해야 하며 이런 측면에서 전북 유치가 꼭 필요하다는 논리를 계속 강조해 나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국가 정책이 서울 등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졌던 틀을 깨고 비수도권에도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 지사와 정 회장은 “서울은 1988년 올림픽을 통해 국제적인 도시로 도약했고 경제 성장을 이뤘다”며 “지방소멸 위기 상황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비수도권에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거듭 설득했다.
정 체육회장은 최근 30일이 넘도록 서울과 경남, 경북, 강원 등지에서 체류하며 대의원들과 활발하게 접촉했다.
전북자치도는 먼저 지역 균형 발전을 내세우며 5개 지자체와 손을 맞잡았다. 대구(대구스타디움)를 비롯 광주(국제양궁장·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 충남 홍성(충남 국제테니스장), 충북 청주(청주다목적실내체육관), 전남 고흥(남열해돋이해수욕장)의 경기장 사용 승인 허가를 얻었다.
단기적으로 관광객 유입, 건설 투자 증가의 효과를 누리고 장기적으론 국가·지역 이미지 제고, 지역 경제 활성화, 스포츠 산업 발전, 지역사회 화합을 이룬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대회 컨셉은 ‘세계를 맞이하는 전통과 미래의 향연’으로 정했다. 현대적인 이미지보다 전북이 보유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전통시장, 한국의 맛과 풍류를 내세워 K-컬처의 뿌리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굳은 의지였다.
또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과 제로 플라스틱을 통한 친환경올림픽 취지도 어필했다.
전북도는 대한체육회 현장평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주민 지지’에도 힘을 줬다.
대한체육회 현장실사단을 열렬히 환영하면서 주민의 올림픽 유치 열망을 보여주는가 하면 도민, 기업, 대학, 체육계 인사 2000여명이 함께하는 ‘유치 성공 기원 다짐대회’도 열었다.
민간 영역에서의 지지를 얻기 위해 릴레이 형식으로 하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GBCH 챌린지’를 이어갔다. GBCH는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슬로건인 ‘Go Beyond, Create Harmony(모두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조화)’의 줄임말이다.
유인탁·이회택·현정화·박항서·김동문 등 체육계 전설적인 인물들을 올림픽 유치 홍보대사로 위촉해 전방위적 활동을 부탁했다. 더불어 도내 시·군의회 의원 196명도 전국을 무대로 홍보대사로서 일익을 담당했다.
이런 과정에서 이달 초부터 전북도와 전주시, 도체육회 내부에서 “분위기가 좋다”며 기대감이 솔솔 나왔다. 초기 무모한 도전으로 치부되던 전북의 발걸음은 ‘혹시’ 하는 가능성으로 변해갔다.
‘지방도시 연대’ 전략과 문화올림픽, 무엇보다 올림픽 유치를 향한 전북도민들의 큰 열망이 주효하고 있다는 분석이 전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28일, 짧지만 강렬했던 전북의 도전에 멋진 마침표가 찍혔다. 그 것은 ‘골리앗’을 쓰러뜨린 화룡점정이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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