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 문제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정이 안보를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스타머 총리는 러시아의 재침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확실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연합(EU)은 트럼프에 대한 비판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회담 모두발언에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대해서는 “만약 우리가 협상을 한다면 그것은 유지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약속을 어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매우 잘 행동하고 있으며 평화협정은 진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28일로 예정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광물 협정 체결을 언급하며 “우리는 함께 서명할 것”이라며 “(광물협정은 우크라이나에 안전장치다. 우리가 그곳에서 많은 노동자와 함께 희토류를 다루고 있다면 아무도 장난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는 여전히 부정적 의사 드러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독재자’로 칭한 자신의 발언에 관해선 “내가 그런 말을 했냐.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믿을 수 없다”라고 번복했다.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주도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우리는 평화 협정이 계속되고 누구도 위반할 수 없는 역사적인 협상으로 남을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찰스 3세 국왕의 편지를 전달하며 트럼프를 국빈 방문에 초대하기도 했다.
스타머 총리는 그러면서도 “만약 협상이 타결된다면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크라이나 안보를 보장할 확실한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역사는 침략자가 아닌 평화주의자 편에 서야 한다”며 “영국은 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지상군을 투입하고 비행기를 띄울 준비가 됐다. 동맹국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NYT는 “스타머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트럼프를 상대로 반박하는 것을 주저했던 다른 정상들보다 날카로웠다”면서도 “(스타머의 노력은) 효과가 없었던 것 같다. 트럼프는 영국군이 포함된 평화유지군 지원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이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꾀하며 유럽과 반목은 계속 커지고 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최고의 안전 보장책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가까워지면서 우크라이나에 나토 가입의 문을 닫았다고 맹비난했다. 에스토니아 총리를 지낸 칼라스 대표는 “우리(에스토니아)가 나토에 가입한 이유는 러시아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면서 “실제 작동하는 안전보장은 나토의 우산뿐”이라고 말했다.
그 사이 중국은 EU의 호감을 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외교관들은 최근 유럽 브뤼셀, 더블린, 뮌헨, 파리 등을 방문해 “여러분의 가장 친한 친구가 여러분을 버렸다. 다자 질서를 지키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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