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침체 장기화 현상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든 유통업계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기 분주한 모습이다. 그중 이커머스 기업들은 명품 판매를 시작하면서 외연을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불황에도 잘 팔리는 명품 특성상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까지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리테일 테크기업 컬리는 올해 2월 프랑스 유명 브랜드 ‘에르메스 퍼퓸&뷰티’가 뷰티컬리에 입점했다고 23일 밝혔다. 에르메스는 뷰티컬리에서 향수·바디·메이크업 등 총 26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앞서 컬리는 2022년 뷰티 전문 플랫폼 뷰티컬리를 오픈한 이후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해 왔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에서 한 발 더 나가 외형을 키운 것이다.
2023년 아르마니 뷰티가 들어온 것을 시작으로 명품 브랜드를 계속해서 입점시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는 명품 패션에도 손을 대며 루이비통·셀린느 등 명품 브랜드의 의류 및 패션잡화까지 판매 중이다. 뷰티컬리의 지난해 럭셔리· 뷰티 부문 성장률은 약 40%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온라인 화장품 부분 성장률인 7.5%의 5배가 넘는 수치다.

쿠팡도 지난해 10월부터 럭셔리 뷰티 서비스인 ‘알럭스’(R.LUX)를 론칭해 운영하고 있다. 쿠팡의 압도적인 입지와 편의성을 적극 활용해 패션·뷰티까지 사업 분야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지난 1월에는 조말론 런던이 알럭스에 입점했다. 알럭스에는 로라 메르시에, 랑콤, 데코르테 등 다양한 럭셔리·뷰티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쿠팡은 여러 명품 브랜드들과 입점 여부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수익성 개선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롯데온은 신규 뷰티 버티컬 어플리케이션 출시를 검토하면서 신사업 기획 인력을 보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11번가, SSG닷컴 등도 명품 전문관을 운영하며 새로운 수요를 찾기 위해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과거 명품시장은 백화점 등 오프라인 채널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온라인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2022년 2조4425억원에서 지난해 2조6405억원(추정)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명품은 대표적인 유통업계 효자 품목 중 하나다. 객단가가 높고, 경기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매년 가격 인상을 반복하면서 세간의 비판을 받지만, ‘오픈런’ 행렬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뷰티 제품군은 상대적으로 적은 가격에 명품을 갖는 경험을 준다는 점에서 ‘스몰 럭셔리’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다. 주로 가성비를 앞세워 장사하는 이커머스 기업으로서는 명품 판매량이 늘수록 플랫폼 이미지가 제고되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이커머스 기업들 간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일수록 또 다른 ‘치킨게임’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년 사이 여러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리뉴얼을 이유로 홈페이지 운영을 멈추기도 했다. 포화에 가까운 내수 시장 특성상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의 수익성도 예상치보다 낮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최근 불거진 가품 판매 논란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유통업계는 명품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도 종류가 다양하다. 이커머스에서는 하이엔드부터 중저가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옵션이 다양하고, 소비층도 연령대를 가리지 않는다”며 “이커머스 기업들은 입점 브랜드를 늘리고, 유통마진을 줄여 가격을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과 차별화를 해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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