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코미디에 멜로 한 스푼…‘봉테일’표 SF의 새로운 맛

Է:2025-02-2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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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개봉 ‘미키 17’

영화 '미키 17' 스틸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

2054년 니플하임 행성, 빙하의 틈새위로 떨어져 곧 죽을 운명에 처한 미키(로버트 패틴슨)에게 장비를 회수하러 온 티모(스티븐 연)가 묻는다. 지구에서 친구 관계였던 두 사람은 함께 마카롱 가게를 열었다가 사채를 갚지 못해 우주로 도망쳐 왔다.

조종사 자격증이 있는 티모는 그럴듯한 직업을 얻었지만, 변변한 자격증도 없이 빚만 떠안은 자영업자 미키는 소모품인 ‘익스펜더블’로 살아간다. 익스펜더블은 위험한 실험에 투입되는데 죽으면 ‘휴먼 프린터’를 통해 복제돼 다시 살아난다. 그렇게 17번째 미키까지 왔다. 그런데 미키 17이 아직 죽지 않은 상태에서 18번째 미키가 잘못 프린트된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은 자본주의와 현실 정치에 대한 지독한 우화다. 실험을 위해 인간을 얼마든지 복제할 수 있다는 설정 자체가 인간성을 밟고 올라선 자본주의를 풍자한다.


벼랑 끝에 몰린 청년 자영업자 미키와의 대척점에 행성의 독재자 케네스 마샬(마크 러팔로)이 있다. 그는 노동자 계급을 끊임없이 무시하고 경멸하며, 성차별적 발언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인물이다. 미키는 안쓰러움과 답답함을, 케네스는 분노를, 미키를 죽이고 복제하면서도 아무 감정 없는 직원들은 씁쓸함을 자아낸다.

우주에서 미키와 만나 사랑에 빠지는 나샤(나오미 애키)는 비정한 세상에서도 사랑이 인간을 바꾸고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패하고 비인간적인 독재자를 몰아내고 새로운 세상을 여는 지도자의 모습도 투사된다.

배우들의 앙상블은 영화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린다. 주연을 맡은 로버트 패틴슨은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며 웃음과 탄식을 이끌어낸다. 미키 17의 순진하고 지질한 모습과 다혈질에 극단적인 미키 18의 모습을 동시에 담아낸다.

마크 러팔로는 광기 어린 인물인 케네스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분노유발’하게 그려냈다. 영화 ‘유전’, ‘나이트메어 앨리’ 등에서 관객들을 사로잡은 토니 콜렛은 케네스의 부인 일파 마셜 역을 맡아 뒤틀린 욕망을 동력으로 그 어떤 행동도 서슴지 않는 엽기적인 독재자 커플을 러팔로와 함께 구현했다.


기존에 알던 SF의 장르적 재미를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낯설거나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배경이 어디든 봉준호의 이야기는 늘 땅에 붙어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우주에 있지만 ‘미키 17’의 캐릭터와 설정들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눈길을 잡아끄는 건 ‘크리퍼’라고 불리는 우주 생명체인데, 그마저도 보다보면 귀여운 인상을 풍긴다. 반전이라면 이 크리퍼들이 오히려 휴머니즘을 보여주고 이끌어낸다는 점이다. 크리퍼들과 함께 설원에서 펼치는 대규모 액션 신이 인상적이다.

봉 감독은 이 영화를 두고 “주인공들이 어쩐지 구멍난 양말을 신고 있을 것 같다”며 “발냄새 나는 SF”라고 표현했다. 미국의 거대 자본이 들어간 영화지만 어쩐지 한국 냄새가 나는 건 ‘봉준호’라는 브랜드 때문일까. 러닝타임 137분, 15세 이상 관람가.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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