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중의원(하원)에 출석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난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랍 국가도 거부한 팔레스타인인 수용을 일본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본 내에선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태도 논란·대중국 유화책 등으로 비판 받는 이시바 총리의 정국 장악력이 더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3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연립여당 공명당의 오카모토 미츠나리 정무조사회장의 관련 질의에 “(가자지구의) 아프고 다친 분들을 일본에 받아들일 수 없는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카모토 위원장이 2017년 정부가 시리아 닌민을 유학생으로 일본에 받아들인 사례도 소개하자 이시바 총리는 “가자지구 주민들에게도 비슷한 사업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 어느 대학이 받아들이는지도 중요하다”며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의 관련 발언이 공개된 이후 일본 국내에선 비판 반응이 커지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관련 기사에 “아랍국가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팔레스타인인을 가자지구에서 이송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고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관련 발언을 가장 먼저 보도한 지지통신 기사엔 이례적으로 많은 1만3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일본 내 중동 전문가인 다카오카 유타카 중동조사회 수석연구원은 “귀환의 보증이 없는 상태로 (난민 수용을) 수락한다면 팔레스타인인 강제 이주에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아랍 국가들로부터 일본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난민 문제가 심각한 유럽 사례를 들며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일본 엑스(X·옛 트위터)에서도 ‘이시바 총리’, ‘가자 주민의 일본 수용 검토’가 트렌드 상위권에 올라왔다.
이시바 총리가 미숙한 외교로 인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10월 취임 직후 참석한 APEC 정상회의에선 앉아서 악수, 기념 단체사진 촬영 불참 등으로 비판받았다.
이어 지난해 12월 말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이 중국을 방문해서 단체관광객 비자 체류 가능 일수를 연장하고 10년 동안 유효한 장기 관광 비자를 신설하자 당내에서 거센 반발이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자민당 외교관계 합동회의에선 ‘국민 정서를 모르는 것이냐’, ‘왜 사전 협의가 없느냐’는 거친 발언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지통신은 “자민당 내 보수파에서 이시바 내각의 외교적 태도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며 “당내 기반이 취약한 이시바 총리가 잘못 대응하면 정권을 흔들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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