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아산시에 사는 A씨는 최근 큰 충격을 받았다. 집 근처 어린이집에 붙어있던 ‘공공형 어린이집 선정’ 현수막 때문이었다. A씨의 자녀는 지난해 3월 이 어린이집 교사로부터 아동학대를 당했다. 당시 교사는 A씨 자녀가 기저귀 교환을 거부하자, CCTV가 설치되지 않은 화장실에서 엉덩이를 때리는 등 폭행했다. 자녀의 몸에서 선명한 멍자국을 발견한 A씨는 이를 경찰에 신고했고, 교사는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이후 퇴사 조치된 교사는 A씨와 합의를 했지만, 아동학대 혐의는 인정돼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어도 해당 어린이집은 ‘공공형 어린이집’에 선정됐다며 홍보를 할 수 있었다. 알고보니 지난해 10월 담당 지방자치단체에 ‘공공형 어린이집’ 지정 접수가 됐을 당시엔 교사가 퇴사한데다 경찰 조사도 아직 끝나지 않아 ‘분쟁 중인 사항’으로 처리된 게 문제였다. A씨는 27일 “부모들은 정보가 부족해 공공형 어린이집 같은 타이틀에 의존해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교사가 그만뒀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됐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공공형 어린이집 지정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공형 어린이집은 2011년 보육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돼 정부가 운영비를 지원한다. 우수 민간 어린이집 중에서 선발한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업무 매뉴얼의 강제성이 떨어지고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2024 공공형 어린이집 업무매뉴얼’에 따르면 아동학대 관련 행정처분 또는 처벌절차가 진행 중인 어린이집은 공공형 어린이집 지정 제외 대상이다. 하지만 이는 강제성이 없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 특히 A씨 사례처럼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어도 사법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분쟁 중인 사항’으로 처리돼 공공형 어린이집 지정에 제약이 없다.

충남도와 아산시는 해당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사건을 인지하지 못한 채 선정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충남도청 관계자는 “과거 행정처분을 받았던 건이라면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확인되지만, 분쟁 중인 사항에 관해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우리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뿐, 실질적인 선정과 운영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맡는다”며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어린이집에 대해 법령으로 규정된 사항이 없기 때문에 지자체마다 판단 기준이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뒤늦게 사실을 인지한 아산시도 지정 취소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대 교사가 어린이집에서 퇴사했고, 어린이집 자체가 행정처분을 받은 이력이 없다는 점에서 취소 근거가 없다는 논리다. 아산시 관계자는 “사실관계 파악 결과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행정제재가 없었고, 해당 교사는 남아 있지 않아 제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게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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