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생명e스포츠 ‘바이퍼’ 박도현은 ‘선생님’으로 불릴 만큼 스마트한 원거리 딜러다. 23일 농심 레드포스전에서도 박도현 특유의 재치와 판단이 빛났다.
한화생명은 이날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CK컵 그룹 대항전에서 농심에 2대 0으로 승리했다. 대회 첫 경기에서 젠지에 패배한 뒤로 2연승을 달리며 기세를 회복했다. 농심은 1승2패를 기록했다.
우선 돌진 조합을 자야로 카운터 친 판단이 적중했다. 이날 상대 농심의 1세트 조합은 오로라·바이·암베사·카이사·노틸러스였다. 모두 돌진해서 상대를 무는 힘이 좋은 ‘돌진 조합’의 파츠다. 실제로 게임 내에서도 ‘바이퍼’ 박도현(자야)을 향해 맹렬히 달려드는 그림이 여러 차례 나왔다. 박도현은 자야의 궁극기 ‘저항의 비상’을 이용해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상대의 집요한 공세에 위기감을 느낀 박도현은 앞으로의 게임 양상을 읽고선 아이템 트리를 바꿨다. 26분경 아이템 수호천사를 샀다. 상대가 앞으로도 자신에게 주요 소환사 주문과 궁극기를 쏟아부을 것을 예상해서다. 최대한 많은 스킬을 받아낸 뒤 부활하는 그림을 그렸다.
30분경 4번째 드래곤 전투에서 그가 예측했던 그림이 그대로 나왔다. ‘함박’ 함유진(바이)이 박도현에게 점멸 궁극기 콤보를 쓰며 들어가자 나머지 4명의 선수도 일사불란하게 그를 포커싱했다. 박도현이 비교적 허무하게 잡히는 듯했지만, 이내 부활했다. 주요 스킬과 소환사 주문이 상대적으로 여유 있던 한화생명이 큰 어려움 없이 상대방을 밀어내고 드래곤을 사냥했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박도현은 “상대가 바이·노틸러스를 골랐다. 무조건 점멸과 궁극기를 연계해 나에게 쓸 거라고 생각했다”며 “내가 아무리 자야여도, 궁극기를 잘 써도 잡힐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수호천사를 선택했는데 잘 먹혀들어 갔던 것 같다”고 복기했다.
그는 드래곤 한타 이후 수호천사가 재사용 대기시간에 들어가자 미련 없이 팔았다. 대신 추적자의 팔목 보호대를 사 다시 한번 생존율을 높였다. 34분경, 최종 한타에서 이 판단이 다시 한번 빛났다. 박도현을 잡는 데 대부분의 스킬을 쓴 농심은 이후 그의 팀원들에게 응징당했다.
돌진 조합을 짰음에도 자야에 밴 카드를 투자하지 않은 것은 농심의 패착이었을까. 박도현은 “상대가 대놓고 딜러를 물어서 잡는 조합을 짰지만 자야가 살아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한테 다 쏟아부으니까 죽긴 하더라”라며 “그래도 나에게 많은 스킬을 쏟아부으면 이후 교전에서 우리 팀이 이길 확률이 높아질 거로 봤다. 우리에게 전황이 유리하게 펼쳐질 거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농심 박승진 감독은 “1세트 밴픽은 우리가 원했던 대로 잘 나왔다”면서도 “자야에 대한 이견이 있긴 했다. 선수단과 연습실로 돌아가서 다시 얘기해보겠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밴픽보다는 유충 운영에서 순간이동 유무의 차이를 활용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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